불공정 무역 관행도 지적…한국 참여 ‘열린사회 성명’엔 인권·민주·법치 담아
김기정 전략연 원장 “배타성 반대 외교 원칙 아래 전략적 유연성 발휘할 때”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영국 콘월에서 11~13일(현지시간)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공동성명이 도출됐다.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코뮈니케)와 문재인 대통령도 서명한 ‘열린사회 성명’ 등을 통해서다. 

G7 정상들이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비판한 것은 처음으로 지난 2018년도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선 중국과 관련해 명시되지 않았다. 코뮈니케엔 코로나19 기원, 신장 위구르 자치구, 홍콩, 대만, 불공정 무역 관행 등 중국이 민감해 하는 사안이 전부 반영됐다.

G7 정상들은 “중국에 신장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할 것과 홍콩반환협정과 홍콩기본법이 보장하는 홍콩의 권리와 자유, 고도의 자치를 지키라고 촉구함으로써 우리의 가치를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명엔 “우리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상황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남중국해의 지위를 바꿔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행위를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명시됐다.

또 G7 정상들은 “글로벌 경제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저해하는 중국의 비시장(Non-Market) 정책과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적 접근 문제를 지속해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G7 정상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글로벌 인프라 펀드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이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고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직격한 것으로 새로운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또한 G7 성명엔 코로나19 기원 재조사를 촉구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G7 정상들은 코로나19의 중국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포함해 다양한 가설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참석해 13일 열린 G7 확대회의 ‘열린사회와 경제’ 세션에선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열린사회의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할 것을 결의하고, 이 가치들을 확산하기 위해 협력해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열린사회 성명’이 채택됐다.

   
▲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 문재인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세 번째 줄 왼쪽부터 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2021.6.13./사진=청와대

중국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우리시간으로 14일 중국에선 단오제 휴일인 까닭에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까지 없지만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이 G7 공동성명이 나온 직후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G7이 신장 관련 문제를 이용해 정치적 조작에 나서고, 중국 내정에 간섭한다”며 “우리는 이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신장 위구르와 관련해서도 “(G7이) 거짓말하고, 소문을 퍼뜨리고, 근거 없는 비난을 가하고 있다”고 했으며, 코로나19의 우한 실험실 유출설과 관련해서도 “정치화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14일자 사설에서 “미국이 주요 서방국가들에게 중국을 겨냥하도록 제안할 수는 있겠지만 극단적인 주장으로 끌고갈 수는 없다”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G7 국가들이 중국의 급부상과 행동에 대한 우려는 공유하면서도 대응 방법에 대해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에 채택된 공동성명이 참여국들에게 얼마나 구속력을 가질지 알 수 없다. 실제로 G7 국가들은 회의를 통해서 중국을 파트너로 볼 것인가, 또는 경쟁자나 안보 위협으로 인식해야 하는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독일과 이탈리아, 유럽연합(EU) 등 일부 G7 회원국이 미국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나라들은 중국과의 막대한 무역 및 투자 계약이 위태로워지고, 새로운 냉전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청받아 참여함으로써 위상이 높아진 만큼 미중 경쟁구도 속에서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은 먼저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관련해 “이번에 우리나라는 G7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 속에서 지도국으로 높아진 위상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지금까지 국제적인 합의를 수용하던 위치에서 이젠 세계질서를 만드는 주역 국가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미중 경쟁 구도 속 우리외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 하에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구축이란 우리외교의 원칙은 이미 한미 정상회담 때 수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 한국은 국제질서가 갈등 구도로 전환하는 것을 막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표출되는 미국의 의지와 잘 결합된 조합으로 한국 외교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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