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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사진=중흥그룹 |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압도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중흥건설과 DS네트워크 컨소시엄은 재입찰 절차를 밟게 됐지만, 업계에서는 호남을 넘어 전국단위 대형건설사로 도약한다는 정창선 회장의 오랜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본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 DS네트워크 컨소시엄 등 2곳을 상대로 재입찰을 요구했다.
당초 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가로 2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DS네트워크 컨소시엄은 약 1조8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가격을 써냈던 중흥건설이 다시 입찰가를 내려주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KDB인베스트먼트 측에 통보하자, KDB인베스트먼트는 입찰금액을 새로 제시하라며 한발 물러섰다.
내부에서 문책설이 나왔을 정도로 정 회장이 무리한 인수가를 제시한 배경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본입찰 직전 중흥건설의 경쟁사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정 회장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은 호반 출신 대표 중견건설사로 꼽히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호반건설은 일찍이 '호반써밋' 등으로 수도권 진출에 나섰지만 중흥의 주택 브랜드 'S-클래스'는 호반건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도권 인지도가 저조하다.
대형건설사 인수는 정 회장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1조원대 대기업 건설사를 3년 내 인수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정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중흥건설은 단숨에 재계 20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정 회장은 올해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되며 '호남 대표' 타이틀을 공고히 했다. 이번 인수전으로 호남을 넘어 수도권으로 진출하고 '대형 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의 브랜드 파워와 전국적 인지도, 시공능력을 토대로 대형 건설사로 성장할 여력이 생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6위를 기록했던 대우건설에 15위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을 합하면 평가 순위는 단번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은 3위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흥건설보다 덩치가 큰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6조원대에 인수하며 경영위기에 몰려 2011년 다시 산업은행에 매각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도 걸림돌이다.
정 회장은 이번 인수전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도 잠재워야 한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정 회장에게 가격 조정의 기회를 준 것이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가격이 높아 재입찰을 요구하는 사례는 이례적인데 '매각 작업이 원칙없이 번복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DS네트워크 측도 이와 같은 사태에 손 놓고 보기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오늘 재입찰 관련해서는 아직 전해지는 소식이 없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정 회장이 광주에 머무르며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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