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을 가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으로 글로벌 생산기지의 가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노조리스크가 더해저 삼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일 울산공장과 전주, 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 전체 조합원 4만8599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4만3117명(88.7%)이 투표에 참여해 3만5854명(73.8%)이 찬성해 파업이 가결됐다. 투표자대비 찬성표 비율은 83.2%로 강한 파업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노위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통상 임단협 교섭에서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진다.
지난 2018년 10월 한국지엠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이 내려진 사례도 있으나, 당시는 임단협이 아닌 연구개발부문 법인분리에 대한 노사간 이견에 따른 것이어서 조정중지 사안이 아니라는 해석이 내려졌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2일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져 13일부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노조의 파업권 확보는 시간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노조는 8월 초로 예정된 여름휴가 이전 타결을 위해 쟁의 기간에도 교섭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지다. 하지만 2~3주 사이에 노사간의 이견을 좁히기에는 서로의 조건 폭이 너무 크다.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는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30%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노조는 "사측이 조합원들의 요구를 묵살했다"며 거부했다.
영업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은 현대차 노조가 매년 입버릇처럼 내놓던 요구안이다. 물론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업계에서는 이런 요구가 말이 안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일정비율을 성과급으로 받게 된다면 마이너스 때는 근로자역시 손실을 부담해야된다는 논리도 성립이 되기 때문이다.
또 현재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정년연장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전환되며 생산직의 인력수요가 축소되고 있다. 더욱이 스마트팩토리 전환 등의 이유로 더 이상 과거만큼 많은 현장인력도 필요 없어 졌다.
또 전기차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임금의 단순 조립 인력의 일부를 내보내야 할 판이다. 이에 현대차는 고용 유지를 위해 구조조정 없이 정년퇴직을 통한 자연감소분으로 대응하고 있는다.
하지만 정년을 연장하게 되면 그간의 현대차가 계획했던 플랜은 수포로 돌아가고 부득이한 경우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도 정년 연장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수명이 늘었다지만, 고용 주체들이 임금이 높은 고연차 근로자들을 몇 년씩 더 데리고 있을 여력이 없다.
정년연장을 공론화시키기 위해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등 금속노조 산하 3사 완성차 노조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외부로부터 '귀족노조들의 배부른 소리'라는 불편한 시선만 받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무리한 임금·성과급과 정년 연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에 돌입한다면 피해를 보는 건 사측 뿐 아니다. 자동차를 계약하고 기다리는 소비자들, 무엇보다 납품 중단으로 공장을 멈춰야 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직격탄을 맞아야 한다.
이미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지난해와 올해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잇단 가동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노조 파업까지 더해진다면 수많은 중소 부품업체 근로자들이 거리로 나앉게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의견 차이로 양측이 협상을 진행은 하고 있지만 파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조가 올해 실제 파업하게 된다면 3년 만에 진행되는 파업이고 정의선 회장의 공식데뷔 후 첫 파업이다.
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생산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현대차가 노조리스크로 인해 또 생산차질이 더해지면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글로벌 경기회복이 된다해도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게 되는 겪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완성차 회사들의 임단협 결과가 업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위해 파업을 단행하는 것은 오히려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만큼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위한 파업단행은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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