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A-’ 하향 조정…미분양 장기화로 자산건전성 저하
[미디어펜=이동은 기자]한국토지신탁의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업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자산건정성 악화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해 수탁받은 토지에 택지 조성부터 분양까지 수행하는 방식이다. 신탁사는 사업에 대한 수수료와 사업비 대출로부터 얻는 이자를 얻는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지만,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 미분양·미입주에 따른 리스크가 높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한국토지신탁의 주력 사업이다.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7~2018년 89.1%에 달했다. 한국토지신탁의 실적이 최고조에 달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지방 건설투자가 감소하고 분양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차입형 토지신탁은 한국토지신탁의 효자에서 계륵으로 바뀌었다.

   
▲ 한국토지신탁 수익성 추이./자료=한국기업평가 보고서

한국토지신탁의 영업수익은 2018년 2509억원에서 2019년 2323억원, 지난해 2073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차입형 토지신탁의 신규 수주액도 2016년 1509억원에서 2017년 1165억원, 2018년 1030억원, 2019년 541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수주가 1155억원으로 늘었지만 회복을 논하기 이르다. 분양실적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3월말 기준 80개 사업장에서 차입형 토지신탁을 수행하고 있다. 이중 준공 사업장은 35곳으로 분양률은 77%에 그친다. 준공사업 관련 신탁계정대 4192억원 중 3500억원이 고정이하로 분류돼 있다. 미분양 준공사업이 증가하면서 장기 미회수 신탁계정대여금 비중도 높아지고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지는 것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차입형 토지신탁 외에 차입형 도시정비사업과 리츠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차입형 도시정비사업의 수주 규모는 2016년 160억원에서 2018년 508억원, 2019년 823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차입형 도시정비사업은 수익이 실현되기까지 일반 차입형 신탁사업에 비해 오래 걸린다. 차입형 토지신탁에 대한 미분양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에는 한국토지신탁의 수익성 저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 한국토지신탁 부문별 수주액./자료=한국토지신탁

한국기업평가는 차입형 토지신탁의 리스크가 커졌다고 판단해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을 지난 2일 ‘A’에서 ‘A-’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지방 중소도시 분양시장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수익형 부동산 분양 경기에도 불확실성이 커 차입형 토지신탁 관련 리스크 확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차입형 토지신탁사업에서 한국토지신탁의 경쟁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또 다른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은 같은 상황에서도 지난해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면서 실적과 자산건전성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산신탁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1144억원에서 2018년 932억원, 2019년 796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1226억원으로 증가했다. 고정이하자산이 2017년 1644억원에서 2018년 2869억원으로 늘어났지만, 분양실적이 개선되면서 2019년 2671억원, 지난해 1640억원으로 줄었다. 위험자산비중도 2018년 98.5%에서 2019년 92.4%, 지난해 73.7%로 줄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차입형 신탁사업이 부진한 추세지만 사업장에 따라 신탁사들의 성과가 엇갈리고 있다”며 “한국자산신탁은 지방에서 수행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분양되면서 재무부담이 완화되고 실적 개선 추세로 돌아선 반면 한국토지신탁은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 지방에서 진행한 중소규모의 사업장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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