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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상 초유의 프로야구 중단 사태,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석명 부국장 | 2021-07-13 21:42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2021 프로야구 KBO리그가 중단됐다. 잘 알려진 대로 1군 선수단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리그 운영 문제를 논의한 끝에 리그 중단 결정을 내렸다. 13일부터 18일까지 열리기로 되어 있던 총 30경기가 취소(연기)됐다.


비록 그리 길지 않은 일주일만 중단됐지만, KBO리그는 7월 19일부터 8월 9일까지 도쿄올림픽으로 인한 휴식기가 예정돼 있다. 전반기 일정은 그대로 끝났고, 총 4주간의 공백기 후 8월 10일에나 후반기 일정이 재개될 예정이다.


요즘 유행하는 속된 말로 '이게 머선129(무슨 일이고)'다.


출범 40년을 맞은 KBO리그가 시즌 도중 중단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엄중하다. 연일 1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의 경우 4단계까지 격상됐다. 게다가 선수단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조치된 인원도 적잖다.


리그를 강행했을 때 추가로 감염자가 나오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될 우려도 있다. 어쩌면 현재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프로야구 경기의 중단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만도 하다.


하지만 상당수 야구팬들, 언론들은 KBO와 이사회의 이번 리그 중단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넘어 분노하는 팬들, 야구계 관계자들도 있다.


비판이 집중되는 부분은 기껏 마련해뒀던 '코로나 대응 매뉴얼'을 스스로 발로 걷어차버렸다는 점이다.


 
승리 후 기쁨을 나누고 있는 NC 선수들. NC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결국 KBO리그 중단으로 이어졌다. /사진=NC 다이노스


지난해부터 코로나 사태는 시작됐고, KBO리그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정규시즌 완주를 하고 포스트시즌까지 잘 치러냈다. 기대했던 바와 달리 올해 역시 코로나 시국이 이어지자 KBO는 지난해부터 실시해 호평 받았던 '코로나 대응 매뉴얼'을 더욱 공들여 보완했다. 방역 대책에 만전을 기하면서 발생 가능한 여러 경우의 수에 대비해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담아 마련된 매뉴얼이었다.


골자는 '구단 내에 확진자가 발생해도 인원수와 상관없이 대체 선수를 투입해 리그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런 매뉴얼은 그동안 잘 지켜져왔다. kt에서 코치가 확진 판정을 받고,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가족의 확진으로 한동안 사령탑 자리를 비우고, KIA 선수들은 상대했던 팀의 확진자와 경기를 했다는 이유로 밀접접촉자로 뷴류되기도 했지만 리그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매뉴얼에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NC와 두산에서 1군 선수 각 3명, 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팀내 상당수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이전 사례에 비해 상황이 심각하긴 했지만, 매뉴얼에 따르면 2군 선수들로 대폭 교체해서라도 경기를 진행할 수는 있었다. 적어도 코로나와 해당 사항이 없는 팀들끼리의 경기는 치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KBO와 이사회의 결정은 리그 전면 중단이었다. NC와 두산에 대한 '봐주기' 결정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또한 리그 중단에 동조한 구단들에 대해서는 팀 사정(부상선수 속출 또는 외국인선수 교체로 인한 현재 전력 약화 등)을 빌미로 슬쩍 묻어가려 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쏟아졌다.


그렇다 보니 '공정성'도 깨졌다. 성실하게 매뉴얼을 지켜온 구단, 어려움 속에서도 경기에 집중해온 팀들이 직장(경기장)에 나가지 못하고 강제 휴식을 하게 됐다.  


확진자가 나온 이후 NC와 두산 구단의 대응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워낙 바이러스가 만연하는 상황이니 확진자는 억울하게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수도 있고, 방역 수칙을 위반했을 수도 있다. 억울한 감염이면 억울하다고 밝히고 양해를 구했어야 하고, 방역 수칙 위반 사항이 있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어야 했다. 방역 당국의 조사에 미루고 한 발 물러나 있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두산 선수들이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두산 선수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리그 중단인가.


리그 중단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시 돼야 할 점은 물론 '안전'이다.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야 하고, 선수발 감염이 주변 사람들이나 관중들에게 전파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리그 중단 결정의 가장 큰 명분도 아마 이같은 안전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의 안전 장치는 여전히 가동 중이고, 자체적으로 마련했던 치밀한 매뉴얼도 엄연히 존재한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무관중 조치 등이 취해졌고, 밀접접촉자 즉각 격리 등 더욱 철저한 방역도 이뤄지고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미니 시즌을 치르는 와중에도 각 팀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경기 취소나 연기는 있었어도 리그 중단은 없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확진 선수가 적잖게 나왔지만 역시 리그 중단 사태는 없었다. 대다수의 선수와 팬들을 위해 서로 조심하며 노력한 결과다. KBO리그는 확진 선수가 몇 명 되지 않는데도 과감하게(?) 리그를 중단했다.


이번 리그 중단이 프로야구의 근간인 선수·팬들을 위한 것이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근 한 달간 중단됐다가 8월 10일 재개될 후반기. 그 때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 KBO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지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상당수 경기가 연기됐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은 '가을 야구'가 아닌 '초겨울 야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번과 같은 확진 선수 발생 등으로 리그가 파행 운영되고 정상적으로 시즌을 마무리짓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가 벌어졌을 때,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할까. 그 책임의 대부분은 리그 중단을 야기한 NC와 두산 두 구단,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리그 중단을 결정한 KBO와 이사회가 짊어져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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