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납품 ID.3 ICAS3 컴퓨터, 디스플레이·UI 담당
김필수 대림대 교수 "LG전자, 미래차 주도권 쥘 가능성"
[미디어펜=박규빈 기자]LG전자가 이달 말로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 접는다. 그러나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발전 기회를 찾은 LG전자가 아우디폭스바겐그룹 전기차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기로 하며 자사 스마트폰 기술의 명맥은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 폭스바겐 전기차 ID.3 외관./사진=아우디폭스바겐그룹


23일 전기·전자 업계에 따르면 일본 기술 전문지 닛케이크로스텍는 지난 14일 '폭스바겐이 작정하고 만든 전기차 ID.3 철저 분해, UI 관련은 LG전자가 독점'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냈다. LG전자가 ID.3 핵심 부품인 3개 전자 제어 유닛(ECU) 중의 하나인 'ICAS3'를 완제품 형태로 납품했다는 내용이다.

유럽 완성차 업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클린 디젤'을 앞세워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이겨내고자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폭스바겐의 배기 가스 조작 사건(디젤 게이트)을 밝혀냈고, 100조원에 가까운 벌금 폭탄을 맞은 폭스바겐은 '눈물의 바겐 세일'을 할 정도로 회사가 존폐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글로벌 사기 행각을 벌였던 폭스바겐은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내다 최근 전기차 올인 전략을 기치로 들고 나왔다. 이미 저만치 앞서간 일본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따라잡자니 때가 늦었고, 텃밭인 EU 집행위원회와 의회는 2035년부터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이 생산하는 내연기관차량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 폭스바겐 전기차 ID.3 실내./사진=아우디폭스바겐그룹


폭스바겐이 총 역량을 집중해 내놓은 전기차 ID.3는 하드웨어 외에도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힌다. 각 기능마다 한 기능만 수행하는 미니 컴퓨터가 수십 수백여 대 달린 기존 자동차와는 달리 ID.3는 'ICAS(In-Car Application Server) 1, 2, 3'이라는 3대의 고성능 컴퓨를 탑재했다. 이 중 ICAS1은 차량 제어, ICAS2는 자율 주행, ICAS3는 디스플레이·UI(유저 인터페이스) 또는 HMI(휴먼 머신 인터페이스)를 맡는다.

이 중 LG전자는 ICAS3를 맡는다. ID.3에 탑재되는 ICAS3에는 미국 퀄컴 AP 스냅드래곤 820과 네덜란 NXP 32 비트 마이컴, 스피커용 앰프, 영상 전송용 반도체 등이 들어가 있다. 내부 부품은 외국 기업들의 제품이 일부 들어가나 이에 연결된 각 기기들은 대부분 LG전자가 생산했다.

ICAS3가 연결하고 통제하는 부품은 속도·차량 정보 등을 표출하는 디지털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등을 표시하는 센터 디스플레이가 있다. 아울러 속도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운전자 시야에 들어오게 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도 LG전자 생산품이다. 인터넷 접속을 맡는 '인터넷 액세스 컨트롤 유닛'과 '긴급 통보·통신 유닛'도 LG전자가 만들어냈다.

사실상 LG전자 MC사업본부의 스마트폰이 폭스바겐의 실내에 들어감으로써 VS사업본부에서 되살아났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단지 스마트폰 기술력이 B2C에서 B2B 상품으로 바뀌었을 따름이다.

   
▲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 법인이 7월 1일 출범했다./사진=LG전자 제공


현재 LG그룹은 발빠른 구조조정을 거치며 전장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달 1일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해 설립한 전장사업 전문 자회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오는 7월 1일부로 정식 출범했고, 대우자동차 연구원 출신 정원석 LG전자 VS사업본부 그린사업담당(상무)가 초대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LG그룹은 자동차 부품 사업 수직 계열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다. 실제 LG마그나는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LG전자 VS사업본부는 차내 인포테인먼트를, 또 다른 자회사 ZKW는 차량용 조명을 맡는다. 부품 계열사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과 조향 기술을 제공해 통합 솔루션 공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2차 전치를, LG유플러스는 자율 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구광모 회장이 지휘하는 LG그룹은 타이어 생산만 하지 않을 뿐 명실상부한 '전기차 없는 전기차 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증강 현실, 메타버스 시스템 등이 미래차에서는 활성화 될 것"이라며 "LG그룹은 국내 그 어떤 기업들보다도 관련 분야에서 앞서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LG전자가 차량 사업 부서를 만든지 10년이 넘었고, 마그나와 합작사를 세운 만큼 관련 분야 내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며 "기존 단순 전자 제품 제조에서 벗어나 VS사업본부에 힘을 줘 주력 사업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인류 생활상을 바꿔놓은 혁신 그 자체"라며 "전기차와 같은 미래차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자 움직이는 생활 공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LG전자는 직접 차량을 만들지는 않지만 스마트폰 기술력 등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모빌리티 업계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