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현대중공업그룹이 2개의 중간지주사를 설립하는 등 조선·에너지사업과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핵심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러시아·중국·베트남·터키를 비롯한 5개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획득하는 등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현대제뉴인'을 출범시켰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5% 가량으로 끌어올리는 등 톱5 건설기계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건설기계 지분 33.1%를 현대제뉴인이 현물줄차하고 신주를 배정받기로 했으며, 현대제뉴인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자금용도로 실시하는 217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현대제뉴인은 KDB인베스트먼트(KDBI) 및 인수금융 등을 통해 다음달 중으로 대금을 완납할 계획이다.
|
|
|
▲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사진=연합뉴스 |
반면, 먼저 출범한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의 계약기한을 3개월 연장하는 등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기업결합심사에서 현대제뉴인과 달리 6개국 중 3개국(싱가포르·중국·카자흐스탄)의 승인만 얻은 상황이다. 남은 것은 유럽연합(EU)·일본·한국의 심사로, 특히 유럽의 경우 올해 안으로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EU 반독점법은 시장점유율 40%를 넘기면 과점으로 판단하는데, 양사가 합병에 성공할 경우 △17만4000㎥급 이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유조선(VLCC) △8만4000㎥급 이상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의 시장점유율이 이를 20% 이상 상회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EU가 코로나19 및 정보 제공 수준 등을 들어 심사를 누차 연기하고 있지만, 거대 조선사로부터 역내 선사들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합병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가 해소됐다'는 의견을 표명했음에도 승인을 미룰 만한 다른 이유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변광용 거제시장·허성무 창원시장·강석주 통영시장이 '4불가론'을 내세우는 등 지역사회의 반발도 완화되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4년째 흑자를 지속하고 있고, 업황도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익과 지역경제 훼손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매각철회 및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으며, 대우조선 노조도 반대 진영에 동참하고 있다.
|
|
|
▲ 전남 영암군 삼호읍 현대삼호중공업 전경./사진=현대삼호중공업 |
그러나 합병이 성사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저가수주도 줄어드는 등 업황 회복의 흐름을 타고 수익성 회복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실제로 올 상반기 글로벌 수주량은 2452만CGT로, 2016년(748만CGT)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한국은 1047만CGT를 수주하는 등 전년 대비 7배 가량 많아졌으며, 올해는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1만2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과 대형 LNG 운반선 및 VLCC 등 대형선을 중심으로 발주량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국제유가 상승으로 해양플랜트 수주가 잇따르는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심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자체적으로도 연간 수주 목표를 이미 달성하고, 2년반 치 이상의 수주잔량을 토대로 수익성 중심의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들어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