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팀쿡·도요타 아키오 능가하는 재벌3세 리더십 비즈니스 드라마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연봉 10억 낙하산의 이야기

낭만과 여유가 어우러진 대학생활을 보낸 한 사람이 있다. 기타리스트로서 밴드 활동에 전념하며 학업을 소홀히 했던 그는 대학에서 유급되기도 했다. 학교 출석을 절반도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낙향했던 그는 1년 뒤 학교에 복학했으며, 어렵사리 학업을 마쳤다.

대학을 5년 만에 마친 그는 특별하게 하고 싶은 직업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는 아버지를 통해 아버지 친구분을 알게 되었다. 구의원인 아버지 친구가 힘써서 어느 회사 사장에게 소개되었고, 사장과의 개인 면접을 본 후 바로 회사에 취업했다.

그는 전형적인 낙하산이다. 낙하산으로 입사한 그는 30년이 지나 지금은 전무로 일하고 있다. 그것도 연봉 10억을 받는 임원으로 일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어, 낙하산은 나쁜 것 아닌가?” “낙하산은 실력 없는 사람 아냐?” “이런 사람이 어떻게 회사에 들어갔고, 연봉 10억이나 받지?”라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 슈퍼마리오 3D LAND의 게임소개 이미지 

이야기의 주인공은 슈퍼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다.

미야모토 시게루(이하 미야모토)는 게임 동키콩의 성공을 시작으로 젤다의 전설,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연달아 대표작으로 내놓아서 세계적인 성공을 이루었다. 그의 대표작 슈퍼마리오와 젤다의 전설은 패미컴 시절에 창조되어 현재진행형으로 흥행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미야모토는 “100명의 범재보다 1명의 천재”라는 야마우치 히로시 닌텐도 사장의 경영 철학에 힘입어 닌텐도 개발자의 리더가 된 케이스다. 낙하산 입사 면접 당시, 야마우치 사장의 앞에서 준비해온 아이디어 상품(어린이용 옷걸이, 코끼리 코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키가 작은 어린이들이 높다란 고리에 자신의 옷을 손쉽게 걸 수 있음)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미야모토는 입사 직후부터 넘치는 재능으로 거의 모든 부서의 니즈를 도맡아 해결하곤 했다. 입사 시절부터 싹이 보인 것이다.

미야모토가 입사하기 전의 닌텐도는 트럼프, 마작을 만들던 평범한 완구회사에 불과했다. 닌텐도는 미야모토의 입사 후 지금의 세계적인 게임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 슈퍼마리오의 아버지이자 닌텐도의 개발자 리더인 미야모토 시게루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미야모토는 한때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업계에 진출하면서 스카우트하려고 했었다. 미야모토가 닌텐도로부터 받는 연봉의 10배를 주는 조건으로 말이다. 미야모토의 연봉은 2010년까지 1억2600만 엔이었다. 원화로 환산하면 11억원을 넘는 연봉이다. 하지만 미야모토는 ‘닌텐도에는 동료들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어서 “닌텐도에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으니까”라는 농담도 덧붙였다고 한다.

미야모토가 마이크로소프트 XBox에 참여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닌텐도의 게임 제작환경이 더 좋아서 안 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빌게이츠가 미야모토에게 제시한 연봉의 10배(미야모토 연봉의 100배)를 연구 개발비로 쓸 수 있는 회사는 닌텐도뿐이라는 미야모토의 발언도 확인된다.

낙하산이 왜 나쁠까, 낙하산에 대한 역설

흔히들 낙하산이 나쁘다고 말한다. 대통령이든 시장이든 시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이 당선되고 나서, 휘하의 공기업 금융기관 등 공무를 보는 자리에 자신의 사람을 심는 것에 대해 손가락질한다. 작게는 기업이나 학교, 교회 등 많은 수의 사조직도 해당된다. 기업의 오너나, 사단법인 이사장이 자신의 일가친척이나 자신의 라인에 서있는 지인들을 어느 자리에 꽂아준다며 더러는 욕하기도 한다.

이는 기회의 평등을 강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욕이다. 어떤 경우에는 욕이 아니라 찬사를 보내야 한다. 슈퍼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은 낙하산의 성과 여부다. 어느 자리에 낙하산으로 들어간 이가 어떠한 실적을 내는지, 낙하산이 어떠한 성취를 내고 어떤 결과를 올리는지를 봐야 한다.

   
▲ 낙하산을 엄밀하게 적용하자면 지금의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만든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도 ‘1970년대’ 낙하산이었다. 

경우에 따라 다른 낙하산의 진실

공기업 낙하산으로 들어간 사외이사나 공공기관 수장이 공기업 노조와 결탁하여 노조의 편의와 급여만 올려준다면 문제다. 하지만 공기업의 적자를 줄이고 경영 성과를 올렸다면 칭찬 받아 마땅하다. 거수기 역할 밖에 못하는 사외이사는 문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영 실정을 지적하고 임기동안 이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외이사는 연봉을 더 얹어주어도 아깝지 않다.

이사장의 아들이든 조카든 낙하산 인사가 조직에 들어가 그 조직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내외부에서 보기에 더 좋은 성과를 올린다면 손가락질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러한 낙하산에 대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이 환영해야 할 판이다.

낙하산을 엄밀하게 적용하자면 지금의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만든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도 낙하산이었다. 이건희와 정몽구가 기용한 인사들도 소위 낙하산이다. 낙하산이 낙하산을 기용하여, 지금의 글로벌 대기업을 일구었다. 수십만 수백만 명에게 임금을 주며 수천만 수억 명에게 양질의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이루었다.

이처럼 ‘인사’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상당수가 라인이요, 낙하산이다. 우리나라 군장성 진급 심사도 다를 바 없다. 공천에 임하는 국회의원들끼리의 아귀다툼도 마찬가지다. 진급권을 쥔 상관과 공천권을 쥔 위원회 인사에게 라인을 선 후, 스스로 ‘낙하산’ 되기를 소원한다. 이 모두를 어떻게 욕하며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낙하산은 상관없다. 검든 희든 고양이는 쥐를 잡기만 하면 된다. 라인을 서서 스스로 낙하산이 된 장군이라도 다른 장군보다 부대를 더 잘 이끌어 양질의 전투력을 유지하면 된다. 누군가의 낙하산을 자처해 공천 받아 당선된 후, 국가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칭찬받는 낙하산을 보고 싶다

아버지 친구의 소개로 낙하산 입사한 미야모토 시게루는 지금의 닌텐도를 만들었다. 미야모토는 슈퍼마리오의 아버지이자 전 세계 개발자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필자는 ‘칭찬받는’ 낙하산을 보고 싶다. 공기업 노조와 결탁하지 않고 공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불도저처럼 성과를 내고야 마는 낙하산 CEO를 목도하고 싶다. 학생들의 진학을 위해 힘써서 학교를 최고의 사립학교로 거듭나게 만드는 재단 이사장 아들을 만나고 싶다.

기업가정신과 경영 감각으로 무장하여 선대와는 구별되는 비즈니스 드라마를 쓰는 재벌 3세를 환영한다. 세상에 나와 자신의 성과를 알리고 세간에 인정받는 재벌 3세, 재벌 2세를 보고 싶다. 재벌 3세, 재벌 2세라는 타이틀은 낙인이 아니다. 축복 받은 자산이며 더욱 열심히 살아가야 할 삶의 이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와 현재의 팀 쿡 최고경영자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낸다면 대한민국경제엔 엄청난 경영자원이다. 정의선 현대차부회장이 일본 도요타자동차 아키오 사장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낸다면 역시 한국경제엔 축복이다. 오너3세들의 과감한 공격경영과 미래를 보는 리더십과 비전이야말로 한국경제를 저성장에서 탈출시키는 최고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낙하산은 죄가 아니다. 낙하산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조직의 미래에 해를 입혀야 죄일 것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