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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럭비·야구 두 대표팀 이야기…감동적인 '꼴찌', 수치스런 '4위'
석명 부국장 | 2021-08-24 20:39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1 그들은 도쿄올림픽으로 갔다


대한민국 럭비 대표팀.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7인제 대표팀(퀴즈:몇인제 럭비가 또 있을까요?)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2019년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한 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중국, 홍콩과 맞붙어 잇따라 연장전 끝에 극적인 승리로 올림픽 본전행에 성공했다. 다만, 이런 사실을 아는 국내 스포츠 팬들은 많지 않았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 신화로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이 두 대회를 건너뛰고 다시 야구 종목이 채택된 도쿄올림픽에서 2연속 우승에 도전했다. 2019년 올림픽 예선을 겸한 프리미어12에서 준우승한 한국은 무난하게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냈다. 많은 팬들이 야구 대표팀의 올림픽 선전을 응원했다.


#2 태극마크 달려고 귀화한 안드레 진 vs 술 마시고 태극마크 반납한 박민우·한현희


럭비 대표팀에는 외모부터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안드레 진. 한국인 어머니와 캐나다인 아버지를 둔 혼혈 선수다. 미국에서 대학까지 나오고 미국 국적을 가졌지만 럭비가 좋고, 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그는 2017년 특별 귀화를 했다. 대한민국 럭비 대표선수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원했던 태극마크를 달고 안드레 진은 도쿄올림픽에서 뛰었다.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들었다가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태극마크를 반납한 두 선수가 있다. NC 다이노스 내야수 박민우와 키움 히어로즈 투수 한현희. 둘은 원정팀들이 서울 숙소로 이용하는 한 호텔방에서 각자(장소 및 동석한 외부인은 동일) 팀 동료들과 심야에 술자리를 가졌다. 시즌 중 경기를 앞두고 술판을 벌인 것도 문제지만 코로나 방역수칙도 위반했다. 술자리에 참석한 선수들은 KBO와 소속팀의 징계를 받았고, 그 가운데 대표팀 멤버였던 박민우와 한현희는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도쿄올림픽에 가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에서 투지를 보여준 럭비 대표팀. /사진=대한체육회 공식 SNS


#3 올림픽이 즐거운 럭비팀 vs 올림픽이 부담인 야구팀


럭비 대표팀은 올림픽을 즐겼다. 럭비 대표선수들은 대회 개회식에 참석했다. 코로나 때문에 무관중으로 진행된 썰렁한 도쿄올림픽 개회식이었지만, 럭비 대표선수들은 평생 언제 또 올림픽에 참가할 지 모르니까, 무조건 개회식에 다같이 참석하자고 약속했고 그렇게 했다.


대회가 시작되자 럭비 대표팀은 경기를 즐겼다. 첫 판부터 우승후보이자 세계랭킹 2위 뉴질랜드와 만난 대표팀. 지는 것이야 이미 각오한 일, 트라이 한 번이라도 성공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경기 결과는 5-50 대패. 하지만 한국대표팀은 뉴질랜드를 상대로 득점을 올리는 기적(?)을 연출했고, 선수들은 이긴 것처럼 즐거워했다. 


야구 대표팀은 올림픽을 줄길 수 없었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전 대회 우승팀으로서 자존심도 지켜야 했고, 정규시즌까지 중단하고 프로 각 팀 최고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기 때문에 최소 메달은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이런 탓인지 대표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 이스라엘전에서 연장 끝에 간신히 이겼고, 2차전에서는 미국에 져 조 2위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며 무거운 분위기였다.


 
도쿄올림픽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준 야구대표팀. /사진=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공식 SNS


#4 감동적인 꼴찌 vs 수치스런 4위


럭비 대표팀은 결과적으로 12개팀이 참가했던 이번 올림픽에서 12위, 꼴찌를 했다. 워낙 상대팀들과 전력 차가 컸기 때문에 예선 3경기, 순위결정전 2경기를 모두 져 5전 전패를 했다. 


특히 마지막 11-12위 결정전에서 일본과 맞붙어 19-31로 진 것을 대표팀은 무척 아쉬워했다. 선수들은 일본만은 꼭 이겨보자며 투혼을 발휘했으나 아시아 럭비 최강 일본(세계랭킹 10위)을 한국(랭킹 31위)이 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온몸을 던져가며 상당히 많은 득점을 올리고 접전을 벌인 럭비 대표팀은 감동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야구 대표팀은 목표로 했던 금메달은커녕 최소한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1차 준결승에서 일본에 졌고, 2차 준결승에서 미국에 졌고(미국에는 예선리그 포함 2번 붙어 모두 졌다), 3-4위전으로 밀려나서는 도미니카공화국에도 졌다.


출전 6개팀 가운데 4위. '디펜딩 챔피언' 한국 야구로서는 수치스런 4위였다.


#5 올림픽 후 각자 다른 이슈로 주목 받은 두 대표팀


럭비 대표팀은 대회가 진행중일 때도 그랬고, 대회를 마치고 귀국해서도 작은 이슈가 됐다. 올림픽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투지 넘치는 모습, (한국대표팀이 출전하지 않아) 그동안 올림픽에서는 보지 못했던 럭비의 박진감 있는 경기는 화제가 됐다. 방송에서도 자주 소개됐다.


 
사진=MBC, KBS 방송 캡처


럭비 대표팀 귀국 후 특별한 사연이 있는 대표팀 간판선수 안드레 진과 정연식은 뉴스에도 출연하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이들의 눈물겨운 올림픽 출전기와 대회 후일담은 또 한 번 감동을 안겼다.


야구 대표팀은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과 함께 몇몇 핵심 선수들의 심각한 부진, 그리고 태도 논란 등으로 이슈가 됐다. 중심타자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국내리그 타격 1위, 경기 후반 결정적인 순간 실점하며 승리를 내준 국내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들, 안방을 든든하게 지키지 못했던 국내 최고 포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야구 대표팀 마지막 이슈는 강백호의 껌 논란이 장식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이 역전 당한 뒤 덕아웃에서 경기에 집중하지 않고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지만 대표팀의 부진과 맞물려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 에필로그- 그 후


올림픽은 끝났고, 럭비 대표팀과 야구 대표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안드레 진이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밝힌 바에 따르면, 럭비 대표선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본래의 직업으로 돌아갔다. 럭비만 해서는 생활이 안되는 선수들은 따로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럭비 대표팀은 첫 올림픽 본선 출전의 소중한 경험을 가슴에 품고 다음 대회를 준비할 것이다. 안드레 진은 "이번 올림픽에서 럭비를 보고 매력을 느껴 단 몇 명이라도 럭비 선수의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밝혔다.


야구대표팀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올림픽에서는 부진했던 선수라도 소속팀에서는 저마다 핵심 선수들이다. 중단됐던 KBO리그가 재개됐다. 팀 승리를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대표선수들은 다시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는데다 올림픽 부진 영향으로 최고 인기 스포츠였던 야구의 열기는 많이 식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보며 꿈을 키웠던 '베이징 올림픽 키즈'와 같은 '도쿄 올림픽 키즈'는 많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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