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식량계획, 비축량 늘려...관련법 제정, 보전기금 조성해야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비상시에 대비한 '국가 곡물비축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16일 발표한 '국가식량계획'을 통해 주요 식량의 공공비축 물량 확대를 결정했지만, 일시적 조치로 아직 제도적 기반은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코로나19 같은 재난, 전시상황 등 비상시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공급의 불안정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필수 곡물의 상시 비축이 시급하다는 것.

우리나라의 연간 곡물 수요량은 약 2000만톤 내외로, 이중 사료용은 약 1100만톤으로 식용(가공식품)보다 더 많다.

정부는 지난 1963년 제정된 '양곡관리법'에 근거해 양곡비축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주곡인 쌀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곡물비축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항 소재 포스코인터내셔널 곡물 수출터미널에서 밀이 선박에 선적되는 모습/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곡물비축제도는 식량위기에 대비해 정부가 일정 물량의 곡물을 비축하는 제도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허용하는 '정부 보조'다.

한국처럼 곡물자급률이 낮고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의 경우, 1975년부터 사료용을 중심으로 곡물비축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와 사료업체 및 축산농가 등이 갹출해 필요한 기금을 조성하고, 운영은 관련 공공기관과 농협, 사료업체가 맡아서 하고 있다.

우리도 그동안 국제 곡물수급 상황이 문제가 될 때마다 이와 관련한 논의가 제기됐으나, 국회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관련법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보전기금도 조성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사료곡물 가격 안정을 위한 기금 조성에는 사료업계와 축산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간 농업전문 연구기관인 GS&J 인스티튜트의 최지현 이코노미스트는  "곡물비축제도는 세계 주요 곡물 생산지에 진출한 국내 민간기업의 해외 농업개발 사업과 연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해외 생산-유통-수출 등 '곡물 가치사슬' 강화 측면에서,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이 국제가격 수준으로 비축물량의 일정 비율을 책임지고 공급토록 한다면, 국내 곡물수급 안정과 해외진출 우리 기업의 안정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사료곡물 비축은 민간 사일로에 보관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거나, 별도 비축용 사일로를 건설.운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국가식량계획에서, 쌀·밀·콩 등 주요 식량작물을 중심으로 공공비축 매입 물량을 확대키로 했다.

쌀은 최근까지 매년 35만t을 매입해왔으나 내년에는 10만t을 추가, 45만t을 매입할 예정인데, 이는 2005년 공공비축제가 시작된 이후 매입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주식인 쌀에 대해 비상시 정부의 공급 여력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다.

밀·콩 자급률은 오는 2025년까지 각각 5.0%, 33.0%로 높이기 위해, 밀·콩 전문 생산단지와 콩 종합처리장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산 밀·콩 대량 수요처를 발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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