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존 동물용의약품 국산화 속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동물용 의약품 시장 선점을 위해 의약품 개발 및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의 수입 품목에 의존해왔던 과거와 달리 국산 치매약을 출시하는가 하면 면역 항암 치료제까지 상용화를 앞둔 상황이다.

   
▲ 사진=픽사베이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 박셀바이오는 항암면역치료제 '박스루킨-15'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국내 품목허가와 관련한 보완서류를 제출한 상태이며 심사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연내 품목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스루킨-15는 반려동물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전을 갖는다. 

지엔티파마는 올해 2월 반려동물 인지기능 장애 치료제 '제다큐어(성분명 크리스데살라진)'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품목허가 받았다. 크리스데살라진은 항산화 작용과 염증 억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엔티파마는 당초 사람에게 쓰이는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었으나 급성장 중인 반려동물 시장을 주목하고 반려견 인지장애증후군 치료제를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형은 '츄어블정'으로 반려견이 껌처럼 씹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제다큐어의 국내 마케팅 및 판매는 유한양행이 맡고 있다. 

인벤티지랩은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예방주사 '듀라하트SR-3'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인벤티지랩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술인 'IVL-PPFM®'를 적용해 약물이 일정한 농도로 3개월 간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듀라하트SR-3는 이미 지난해 7월 품목허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동물용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KVGMP) 시설 인증을 완료해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농식품부는 국내 동물용의약품 제조업체에 대해 KVGMP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도 나섰다. 동국제약은 지난달 반려견 전용 잇몸병 치료제 '캐니돌정'을 출시했다. 동국제약의 치주질환 치료제 '인사돌'과 마찬가지로 옥수수불검화정량 추출물과 후박추출물을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반려동물 의약품 및 의료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해 대웅펫(전 한국수의정보)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대웅펫은 반려동물 신약 개발, 임상시험 지원 플랫폼 개발 전문 기업이다. 

반려동물 전용 당뇨병 치료제 개발도 한창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5월 대한수의학회에서 SGLT-2 억제제가 인슐린 및 이나보글리플로진으로 혈당 조절이 어려운 반려견에게 효과 및 안전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종근당바이오는 지난 2019년부터 반려동물 전용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라비벳'을 선보여 왔다. 라비벳은 반려동물의 장·구강 건강을 위한 유산균 제품을 전문으로 한다.

GC녹십자랩셀은 반려동물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진단 전문 회사 '그린벳'을 설립하고 진단키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동물의약품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농총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관련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원에서 지난해 3조원 규모로 성장한데 이어 2027년에는 6조원 이상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 확대에 따라 제약·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적용해 사업화하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