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가계 대출 증가를 지목하고, 금융권 압박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융권 죄기'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입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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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의 대출상담 창구./사진=연합뉴스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일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신규 대환(갈아타기) 대출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오후 6시부터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등 2개 상품의 대출 갈아타기 신규 신청 접수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의 연간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고려한 조치다. 하나은행은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권고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5~6%에 근접한 상태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은 대출모집법인 6곳을 통한 대출영업을 11~12월에 중단할 계획이다. 중단된 대출은 내년 1월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영업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에도 9월, 10월 취급 가능 한도가 소진된 대출모집법인의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다만 은행 영업점이나 인터넷, 스마트폰을 통한 대출은 계속 취급할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일부 시중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기 시작해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23일까지 접수한 대출만 기존대로 심사를 진행한다. 8월 24일부터 오는 11월까지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이 기간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아파트 집단대출) 역시 신규 접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농협중앙회도 지난달 전국 농·축협의 집단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60%인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자체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일부 가계 대출 상품의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금을 제한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담보대출 중 하나인 '퍼스트홈론' 중 신잔액 코픽스 금리 연동 상품의 신규 취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의 대출길이 연달아 막히는 이유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연간 6%로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가계 부채 증가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상승하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번진 '패닉 바잉(공포 매수)'나 '영끌 매수(대출 등으로 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아 매수)' 등 무리한 부동산 대출이 주택 가격 거품을 만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역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갭투자 세력을 잡기 위해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는데 나섰다. 실제로 가계대출은 올해 1분기 1765조원으로 전년 동기 1611조4000억원 대비 100조원 이상 늘었다.
정부 정책으로 대출길이 막힌 실수요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대출 절벽에 치러야할 잔금이 남은 예비 입주민들도 패닉 상태다. 연말까지 남아있는 잔금을 현금으로 치룰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으면 분양 받은 아파트의 입주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우려다.
부동산 업계도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시장 안정화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당장 전세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수요자들에 한해 단기적인 관망세가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고공행진하는 매맷값과 매수 심리를 근본적으로 잡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정부의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고 금리 인상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매수 심리가 지속 관망세를 나타낼 수 있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은 실수요자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왜곡된 부동산 시장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부분은 대출 규제와 상관 없는 세부담 등이 원인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현재의 높은 흐름을 한동안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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