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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대한항공 탄생, 운임 폭등 어려운 이유는
박규빈 기자 | 2021-10-08 20:39
박상혁 "435개 노선 중 221개 노선서 50% 이상 독과점 발생"
항공 자유화·협정·대체 수단 등으로 자의적 운임 인상 어려워
운임 클래스 비중, 영업 기밀에 해당…공개 시 경쟁력 저하 우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을 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시장 독과점 논란과 이에 따른 운임 통제가 불가하다는 주장이 나오자 항공업계에서는 "단순 점유율만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며, 시장 상황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2021 국감 정책 자료집'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탑승객 수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국내에서 운항하는 총 435개 노선 중 221개 노선에서 50% 이상의 독과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중·단거리 노선의 경우 보통 직항을 이용하기 때문에 독과점의 폐해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항공업계는 국제 항공 운송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성 독과점은 단순히 해당 노선의 직항편 점유율만을 토대로 단순 비교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해당 노선 자유화, 양국간 상호 호혜적으로 배분된 운수권을 상대국에서 모두 사용하고 있는지, 또한 대체 가능한 경유 노선의 존재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기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단독 운항 노선의 경우 통합으로 인해 경쟁 제한성이 증가된다고 볼 수 없어서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미주 노선은 항공 자유화가 이뤄져 있어 상대국 항공사는 자유롭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통합 대한항공이 단독 취항하는 노선의 경우 상대국 항공사가 수익성의 문제로 시장 진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유 노선을 제공하는 다수의 외국 항공사들과의 경쟁 중이고, '5자유 운수권'을 활용해 타이항공이나 싱가포르항공 등 동남아시아 항공사들 역시 취항할 수 있다. B787-9을 도입한 국내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는 내년 상반기 중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추후 뉴욕·호놀룰루·샌프란시스코(산 호세) 노선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럽 노선은 항공 협정을 토대로 상호 호혜적 입장에서의 운수권 배분을 통한 반경쟁적 행위를 제한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독점 또는 단독 운임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인천발 중동행 비행편 탑승객 중 60%가 유럽 노선 환승객일 정도로 카타르항공·에티하드항공·에미레이트항공 등 중동 항공3사와의 경쟁은 심화 양상을 띄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노선은 대한항공이 단독 운항 중이지만 경유 수송 점유율이 40%를 넘고, 항공 자유화 노선인 만큼 타 항공사들의 경쟁 참여의 길도 열려있다는 지적이다.


중단거리 자유화 노선에는 다수의 국내외 저비용 항공사와(LCC)와 상대국 국적 항공사들이 직항편을 운영하고 있고, 동남아시아 등의 관광 노선은 가격에 민감한 수요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독단적 운임 인상이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


중국 등 비자유화 노선은 상대국 항공사·LCC들과 무한 경쟁 상태다. 양국 항공사들이 같은 횟수로 운항 중에 있고 운수권 미사용중인 상대국 노선에 대한 시장 진입이 언제든지 가능하다. 특히 주 10회 인천-청도-시안 구간을 운항 중인 중국 동방항공 측이 14회에 달하는 운수권 중 4회를 사용하지 않아 시안 노선의 경우 직항 노선 투입의 여지도 충분하다. 광저우 노선은 통합 대한항공과 남방항공 간 시장 점유율 차가 9%p 대로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이미 국내선 시장에서는 LCC와 KTX·SRT 등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대체 운송 수단에 시장을 많이 빼앗긴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통합 대한항공의 독단적인 운임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흑자를 내는 국내선은 김포-제주 등 극히 일부에 그친다"며 "적자를 보더라도 공익 차원에서 노선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항공사는 탑승객 수에 따라 운임 등급 배분 비율을 임의 조절할 수 있으나 공지 의무를 지지 않는다"며 "통합 대한항공이 운임을 과도하게 올릴 경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수요를 세분화 해 가격을 매기는 것은 정해진 공급 안에서 수요 예측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밖에 없는 항공 산업의 특수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가격을 정해놓고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공산품과는 접근을 달리해야 하는 이유다. 호텔 업계 역시 소멸성 자원인 객실을 판매하는데, 수요(레저·기업 고객 등)와 시간(성수기·비수기)을 나눠 가격을 탄력 조정한다.


여객기 출발 전까지 판매가 완료돼야 하는 항공 여객 좌석 또한 재고 처리가 불가한 특성을 지니고 있고, 완전 경쟁 시장 구도를 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통합 대한항공의 일방적인 운임 인상은 일어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운임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대전제는 공급력 유지에 있다. 때문에 공급량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는 평이 나온다.


인천공항에는 약 80여개의 외항사들이 취항 중이다. 이들이 좌석 공급을 늘리고 있고, 네트워크 판매의 중요성이 떠오름에 따라 각 항공사들은 표준 원가 이하의 다양한 할인가 등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항공권 가격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이에 따른 운영 규정과 고객 혜택 역시 차등 운영 중에 있다.


수개월 전 일찌감치 표를 싼 값에 구매하는 고객이나 여행 당일 비싸게 항공권을 구하게 되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탑승률을 확보해 공석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 해야 하는 항공 산업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수요-공급 곡선 논리에 따르면 공급자가 수요 세분화를 바탕으로 책정한 가격과 규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가 맞물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주기 중인 여객기들 /사진=연합뉴스


항공 운임은 목적지별 수요 변화에 연동해 △출발 시점 △구매 시점 △운임 조건 등에 따라 다양하게 형성된다. 실제 항공사들은 성수기에 수익을 극대화 해 비수기에 발생한 적자를 메운다. 공급량의 한계와 국토교통부 등 당국 규제 탓에 판매 확대가 제한적인 때도 있고, 운수권·슬롯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적자 발생시에도 운항 취소에 어렵기도 해 이윤 창출이 의외로 어렵다는 게 복수의 항공사 관계자 전언이다.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운임 클래스별 비중을 제한 또는 공개할 경우 국내 유일 네트워크 항공사가 될 통합 대한항공의 수익성이 악화돼 적자를 불러오고, 외항사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박 의원의 국감 정책 자료집 내용대로 이행할 경우 통합 대한항공은 비수기·적자 노선에는 탑승률을 제고하기 위해 기존과 같이 치킨 게임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공산이 클 것으로 봐서다.


허 교수는 "법정 운임 통제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국가 항공 산업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더욱 필요하다"며 "항공 운송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타국과의 항공 협정을 체결해 운수권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국내 LCC들의 사업 확대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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