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규제 전세·집단대출 제외
선거 앞두고 민심 악화 사전 차단 분석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급증을 막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던 금융당국이 들끓는 민심에 결국 뒤로 물러났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을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당국의 대출 규제 압박 속에 금융권이 대출을 전방위적으로 막자 당장 주택 관련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다. 

일각에선 당국이 기존 고강도 대출 규제 기조를 뒤엎고 뒤로 물러선 데에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민심이 악화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 사진=미디어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시중은행들도 걸어잠궜던 전세 대출 빗장을 속속 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에 적용해온 5000억원 한도의 제한을 푼다. 지난 8월 24일부터 전세대출을 한시 중단했던 NH농협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전세대출 신규 취급에 들어가며, 영업점별로 가계대출 한도를 도입했던 우리은행은 전제대출 한도를 추가로 배정할 방침이다.

이같은 조치는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해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연말까지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10월과 11월, 12월 중 전세대출에 대해 총량 관리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며 "전세대출 증가로 인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가 6%를 넘더라도 이를 용인하겠다"고 했다.

금융위의 이 같은 입장에 문재인 대통령도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에서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세심히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급선회한 것을 두고선 금융권 안팎에선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민심 달래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로 무주택자의 주택장만을 더욱 어렵게 하자 들끓는 민심을 급히 진화하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서둘러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섰지만 깊어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여전한 모양새다. 부동산 관련 카페 등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정부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수시로 바뀌니 피로감이 크다" "선거를 의식한 뒷북 처방전에 불과하니 언제 또 돈줄이 막힐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실제 잔금지급일은 앞두고 있는 부동산 카페 회원은 "이번 조치로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매번 수시로 바뀌는 정책에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며 "이미 불안감이 커질 때로 커져 이번 전세대출 완화로 가수요가 폭발하면 또 다시 대출 옥죄기로 서민들만 죽어나겠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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