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공문에 10여차례 서명했다지만…법조계 의견 '신중'
"배임죄, 무죄율 높고 실형선고 적어"…'고의성 증명'이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이었던 당시 일어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사업 전반을 수행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배임 혐의로 이미 구속됐고, 키맨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는 18일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하자마자 검찰에 체포됐다.

야권에서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는 지점은 이 후보가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일련의 핵심 인물들 사이에서 '윗선'으로 있었고, 사실상 배임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배임죄가 성립되려면 '대장동 개발 특혜' 전반에 걸쳐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었을 당시 이를 설계하고 승인하는 등 막후에서 조종했다는 시나리오가 사실로 드러나야 한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월 18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이 후보에게 배임죄 적용이 가능할까. 법조계 의견은 신중하게 엇갈리고 있다.

업무상 배임은 형법 제355조 및 356조에 명시되어 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를 말한다.

배임죄 유무 판단의 핵심은 이 지사가 당시 성남시에 손해를 입힐 가능성을 분명히 알고 그랬는지 '고의성 증명'에 달려 있다.

대법원이 지난 2002년 6월 28일 선고한 2000도3716 판결에 따르면, 이러한 '고의성 증명'은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법원 판례는 이에 대해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면서 "피고가 본인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간접사실에 의하여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즉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성남시(성남시민 포함)에 가해하려는 의사가 주된 것임을 판명해야 배임죄의 고의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게 대법원 판례의 의미다.

김신 전 대법관은 배임죄에 대해 지난해 법률신문 연구논단 글을 통해 "그 이론의 복잡성과 모호성 때문에 범죄 성립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고, 법원에서도 심급에 따라 유·무죄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법관은 "배임죄는 범죄 속성상 여러 단계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와 그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판시만으로는 임무위배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일률적 정형적인 기준 제시는 불가능하므로, 배임죄 성립 여부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실제로 배임죄 특성상 모호하고 범위가 넓어, 그동안 법원은 배임죄에 대해 유독 까다롭게 판단해왔다.

검찰이 배임 혐의로 기소하더라도 다른 혐의에 비해 무죄율이 높을뿐더러 실형 선고는 더 적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청의 한 부장검사는 19일 본보 취재에 "현 검찰이 이재명 후보를 기소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 후보 측근 또는 대장동 관계자가 이익을 얻었다는 것을 입증하더라도 고의성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해 의사가 주된 것으로 판명하려면 일반적인 업무 보고 서류 결재만으로는 힘들 것"이라며 "녹취록이든 뭐든 본인의 의사가 명확히 드러나는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검찰은 기존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배경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윗선 등 배임죄 핵심 인물들에 대한 혐의 규명은 미진하다.

향후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은 물론이고 이 후보까지 배임죄로 기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까지는 그 가능성이 희박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