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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 |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버는 사람을 보면 모두가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상대적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적게 번다. 그렇다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대학시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쫓은 것이 창업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적으로도 큰 보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도대체 김 대표에게는 보통사람과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일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김 대표는 최준철 공동대표와 함께 서울대 재학시절인 지난 2003년 VIP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 출신인 두 사람은 워런 버핏 등을 통해 가치투자에 심취해있었고 그저 투자하는 게 재밌었다.
동아리에서 VIP펀드를 운용하던 두 사람은 이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일반인에도 공개했다. 이를 그대로 따라한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올렸고 김 대표는 최 대표와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이라는 책도 냈다.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결국 투자자의 권유로 별다른 직장경험 없이 창업에 나섰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스카웃 제의가 있었지만 투자전략에 제약을 받기 싫어 거절했다. 지금의 파워블로거가 맛있는 요리비결인 레시피를 공개했다가 팬들의 요구로 식당을 차린 것과 비슷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VIP투자자문의 수탁고는 창업 12여년 만에 2조원을 넘어섰고 누적 수익률은 530%에 달한다. 160개가 넘는 자문사 중 2011년 이후 순이익 상위 3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회사다. 고객 중에는 재벌가 등 큰손도 많다.
김 대표는 “대표로서 나이는 어린 편이지만 보수적인 경영으로 회사가 적자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최 대표와의 크로스 체크로 리스크는 더욱 줄어든다”며 “어려서 창업하면 공격적인 경영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꿈보다는 경매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경매에 나온 물건은 안 좋은 소문 등으로 보통 실제 가치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때 입찰에 응하는 사람은 낮은 낙찰가에 실제 가치가 높은 경매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김 대표가 주식시장에서 종목을 선정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재무구조는 좋은데 전망이 안 좋아 주가가 떨어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용기’다.
그는 “투자는 다이어트와 같다. 덜 먹고 더 움직이면 살이 빠지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다이어트 관련 식품 등은 계속 번창하고 있다”며 “가치투자는 군중심리에 쏠리는 인간의 본성과 역행해 가격이 싼 주식, 소외된 주식을 사야하기 때문에 어려운 투자법이다.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인이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 개가 주인을 앞지르거나 뒤처지기도 하고 때로는 옆길로 빠지기도 하지만 개는 결국 주인과 함께 산책을 할 거라는 버핏의 비유처럼 주가는 결국 기업가치에 수렴하기 마련이다. 대세에 따르면 남는 먹을 게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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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 |
그러나 가치투자전략을 시장에 적용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예전 가치투자 대가의 포트폴리오 속 주식은 저렴했다. 아모레퍼시픽은 3~4%의 배당수익률을 주면서 성장성까지 겸비한 주식이었다”며 “예쁜 여자인데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비슷해 상식과 엉덩이만 있어도 투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가치투자를 적용할 시장과 종목은 충분히 남아있다. 시장은 늘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처럼 수많은 애널리스트가 분석하고 투자자가 주시하는 종목보다는 중소형주가 실제가치와 주가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단순히 재무제표 속 숫자만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찾지는 않는다. 일 년에 수백회 이상의 기업탐방을 다닌다.
그는 “부자가 되려면 공부하고 연구하는 습관 가져야 한다. 남들보다 공부를 더 하던가 아니면 대세를 따르고 싶은 유혹을 더 참아내야 한다. 늘 남들과 다른 길을 가려고 했다”며 “금융위기 당시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 200명 중에 증권 운영업계에 지원하려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 오히려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용기는 남들이 안하는 데 베팅을 하는 것이다. 용기를 내니 수익이 따라왔다”고 강조했다.
남들과 차별화된 그의 전략은 투자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대학시절 과외를 할 때도 예체능 대학 지망생을 대상으로 사회탐구영역만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짧은 시간 총점을 많이 올려야했기 때문에 남들이 다 가르치지만 오랜 시간 투자가 필요한 국어, 영어, 수학을 피하고 단기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사회탐구에서 승부를 본 것이다. 단기간에 수능 점수를 올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강생이 몰렸고 수익도 늘어났다. 과외로 올린 수입은 김 대표가 VIP투자자문을 세우는데 종자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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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 |
VIP투자자문의 고객과 수탁고가 늘어나는 과정도 과외 수강생이 늘어나는 과정과 비슷했다. 한 고객이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다른 고객을 끌어오는 식으로 별다른 광고 없이 회사가 커졌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1997~2007년까지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금융위기로 시장이 30~40% 빠지는 상황에서 시장 대비 수익률은 높았지만 마이너스가 안 날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어려울 때 더 배울 점이 많다. 회사 역량이 업그레이드 됐고 회사를 키우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었다”며 “퇴사한 직원도 있고 빠져나간 고객 해지율도 치솟았지만 이후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고객의 해지율이 높아질 때가 오히려 투자기회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