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의 나라, 그러나 지난 10년간 빙하물 호수 180개 늘어나
스타이너 교수 "대기업 ESG 경영 시작한 후 녹는 속도 다소 주춤
"지구 살아있는 유기체…'글로벌 환경보호' 대한 관심이 필수적"
   
▲ 특별취재팀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제는 세상이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기업 전략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한국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번 연재보도의 목적은 팩트체크를 통해 탄소중립의 현실을 짚어보고, 도약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기후 대응에 선도적인 국내·해외 사례를 담고자 했다. 미디어펜은 국내 사례에서 울산·포항·부산·제주 지역을 방문했고, 해외의 경우 스웨덴·스위스·프랑스에 코로나19 위험을 무릅쓰고 기자가 직접 찾아가 각국의 탄소제로 환경정책 성과와 현지 목소리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주]

[시리즈 싣는 순서]

⑥빙하 녹아내리는 위기의 천혜 자연 스위스
⑩우등생 프랑스도 이상기온엔 '속수무책'

   
▲ 스위스를 대표하는 산인 마테호른의 빙하들도 일부 녹아내리고 있을 만큼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스위스 취리히=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스위스 취리히=미디어펜 김상준 기자]"스위스는 유럽의 지붕이자,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자연 그 자체입니다. 스위스 빙하가 녹아내려 녹지가 점점 줄어든다면, 유럽에는 재앙이 될 겁니다."

취리히연방공대(ETH) 빙하학자 막스 스타이너 교수는 스위스 알프스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 상황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자연 파괴 현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럽의 허파로 불리는 자연의 나라 스위스의 빙하가 급속도로 녹고 있다. 스위스 현지에서는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스타이너 교수는 취리히연방공대 전망대에서 특수 장비를 활용해 알프스의 빙하 상태를 사진으로 찍고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스타이너 교수의 촬영에 동행하며, 빙하를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다.

스타이너 교수는 “2015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빙하가 녹고 있었으나, 유럽 대기업들이 ‘ESG 경영(Environment·Social·Governance)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0년 6월부터 빙하의 녹는 속도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빙하가 녹아 녹지 면적이 줄어들고 식물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막스 스타이너 교수가 취리히연방공대 전망대에서 알프스 산맥과 빙하를 촬영하고 있다./스위스 취리히=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 취리히연방공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프스산맥, 촬영 당일에도 기상 이변으로 엄청난 구름떼가 순식간에 이동하는 등 예상치 못한 기상 상황이 발생했다. 스타이너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다양한 이상 기후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스위스 취리히=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실제로 2010~2020년 사이 스위스 내 크고 작은 호수가 180여 개 늘어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아울러 급격하고 빠르게 이동하는 물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언제든지 순식간에 호수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스타이너 교수를 비롯해 연구진은 빙하를 지키기 위한 법안을 현재 준비 중인 상태다. 환경 문제를 최우선의 과제로 의정활동을 펼치는 스위스 녹색당과 공동으로 ‘빙하 위기’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취리히연방공대 연구진은 지난 2019년 알프스산맥 해발 2700m 지점에서 ‘빙하 장례식’을 열고, 사회문제로 규정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빙하 장례식은 스위스 일반 대중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자연을 보호·보존하기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것도 괜찮다는 스위스인들이기에, 현재 빙하 관련 폭넓은 연구와 활동이 진행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스타이너 교수 연구팀의 객원 활동가이자 시민 참가자인 라라 지울리나(35)는 ‘빙하 보호’를 위한 법안 발의문 작성에 참여하며 연구 활동을 돕고 있다. 

라라 지울리나는 “현재 스위스 취리히, 수도 베른을 중심으로 ‘빙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보호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알프스산맥 인근 거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는 심각함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지방 분권 제도로 운영되는 스위스 특성상 전국적인 법안 발의는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 스타이너 교수팀의 객원 활동가이며, 일반 시민 참가자인 라라 지울리나(35)씨/스위스 취리히=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이들이 추진 중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빙하 보호’ 관련 강력한 보호 정책이 의무화되고, 스위스 전국으로 보호 활동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타이너 교수는 “중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분출이 아시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구는 둥글고 순환하기 때문에, 결국 중국의 미세먼지, 스위스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 등 모든 환경 오염 요인들이 지구를 망가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취재를 통해 스위스의 빙하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며 “유기적인 생명체 지구를 위해 전 세계가 하나가 돼 대응해야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대한 지구에서 자신이 미약한 존재지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환경을 지키는 일을 꾸준히 하겠다는 스타이너 교수의 말에서 환경 선진국으로 불리는 스위스의 저력이 느껴졌다. 그의 말처럼 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됐고, 완전하게 막을 수 없기에 속도라도 늦출 수 있는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 스위스 알프스 빙하/스위스 취리히=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 빨간색 화살표가 가리킨 곳이 불과 2~3년 전까지는 두꺼운 빙하로 둘러싸여 있던 산맥이다. 현재는 빙하가 모두 녹아내렸다./스위스 취리히=미디어펜 김상준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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