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출입기자 간담회서 "망 사용 대가 안 낸다" 발뺌
넷플릭스, 미국·프랑스 법원서 같은 사례로 철퇴 전력
대가 없는 계약 없어…전송료, SKB에 지급할 의무사항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과거에는 냈을지는 모르지만 넷플릭스는 무상 상호 접속 원칙을 고수하기에 현재 어느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게도 망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토마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는 이 같이 말했다.

또 한국을 찾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과 회동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총괄 수석 부사장은 지난 4일 출입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외국에서 망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해외 업체나 한국 업체 모두 같은 여건 아래에서 (SK브로드밴드가) 당사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기세등등하게 나올 수 있는 배경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든든한 뒷배로 여기고 있어서다. 최근 제6차 한미 FTA 공동 위원회에 참석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미국 ICT 기업들에 대한 망 사용료 수취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세계 최강 미국 정부가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니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건 그네들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2016년 1월 한국 내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SK브로드밴드와 계약해 자사 콘텐츠 스트리밍 등 데이터 전송을 하고 있다. 인터넷 품질 저하를 우려한 SK브로드밴드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넷플릭스 트래픽을 견뎌낼 전용 망을 구축했다. 넷플릭스는 이를 이용만 할 뿐, 단 한 푼도 부담하고 있지 않다.

양사는 700억원이 넘는 망 사용 대가 지불을 두고 송사를 겪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가 "원고(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피고(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과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급할 의무를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해 1라운드에서 넷플릭스가 졌다.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해괴한 논리를 대며 자사가 응당 부담해야 할 망 사용료를 요리조리 피하려는 꼼수를 부려왔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재판에서는 접속과 전송을 나눠 SK브로드밴드가 전송료 아닌 접속료만 달라고 한다는 둥, 망 인근에 데이터 서버가 있으면 접속하지 않아도 데이터 자동 전송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각종 핑계를 댔다. 

대가 없는 계약은 없다. 무상으로 자사 망을 내준다는 ISP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다 한들 SK브로드밴드와의 약정을 일방적으로 어겨도 된다는 조항은 계약서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당연히 줘야 할 몫을 주지 않고자 본질을 흐려가며 대형 로펌을 선임해 이 소송을 2심까지 끌어가고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개토즈 소재 넷플릭스 본사 전경./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2020년 넷플릭스 총 영업이익은 4585억달러, 한화로 약 5조4700억원이다. SK브로드밴드가 청구한 700억원 수준의 망 이용료는 2018년 6월 이후분으로, 약 3년치다. 이만한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망 사용 대가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201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미국 ISP인 컴캐스트·AT&T·버라이즌·TWC에 착신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013년 12월에는 파리 항소법원, 지난해 8월엔 미국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이 "콘텐츠 전송에 있어 ISP에 비용을 지불하라"고 판결을 내리며 철퇴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외 법원 판단도 엄연히 존재하는데 넷플릭스는 문제 해결은 커녕 자꾸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고만 든다. 한국을 호구로 보는 게 아니라면 넷플릭스는 계약 내용과 '디케'의 준엄한 심판 결과를 존중하길 바란다.

넷플릭스는 '네 것과 내 것 없이 모두 공유한다'는 의미의 '깐부'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작품 '오징어 게임'으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동시에 제작사에 차고 넘치는 비용을 대줘 '착한 기업' 이미지를 얻는데도 성공했다. 반면 역내 또 다른 파트너인 ISP에게는 한없이 갑질을 일삼고 있어 동시에 '블랙 기업'이기도 하다.

새로운 대작 '지옥'의 흥행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될 넷플릭스, 김앤장을 또 선임할 비용은 있고 SK브로드밴드에 줄 돈은 없나. "자네가 날 속이고, 내 구슬 가져간 건 말이 되느냐"는 오징어 게임 호스트 오일남의 일침은 드라마 밖인 현실에서는 망 이용 대가를 완납하는 시점까지 유효할 것이다.

넷플릭스, 글로벌 OTT 대기업이라면 부디 이에 맞는 '이름값'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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