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의 임원 과다겸직 등, 책임경영 측면에서의 우려 지적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이사회 구성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표면상의 경영구조 지표는 개선됐으나, 여전히 총수일가의 과다겸직 등 실질적 경영 측면에서는 여전히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일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발표를 통해, 총 62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2218개(상장사 274개) 회사의 2020년 5월 1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 기간 중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 △이사회 구성 및 작동 현황 △소수주주권 작동 현황 등을 공개했다.

   
▲ (왼쪽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남산 CJ그룹 본사 외관 전경/사진=각 사 제공


올해 5월 1일 지정된 71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중 신규 지정집단인 쿠팡,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현대해상화재보험, 한국항공우주산업, 엠디엠, 아이에스지주, 중앙 등 8개 기업집단 및 동일인이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집단(농협)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올해에는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황 △이사회 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위원회의 구성 및 작동 현황 등, 새로운 항목도 공개됐다.

이날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분석 대상 기업집단들의 사외이사·감사위원·내부 위원회 등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지속적으로 완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274개)는 대부분 관련 법(상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최소 선임 기준을 충족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법상 최소 선임 기준 보다 총 120명 초과해 선임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SK 소속회사인 ㈜나노엔텍은 올해 주총에서 1명(법상 최소 기준)의 사외이사 선임했는데, 해당 사외이사의 자진사임(2021년 4월)으로 인해 현재 일시적으로 사외이사 공백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인 97.9%를 기록했다.

또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중 올해 감사위원 선출 수요가 발생한 153개사(49개 집단)는 모두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에 부합하게 감사위원을 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에버다임(3인), 케이씨씨(2인), DB금융투자(3인), 유진투자증권(2인) 등 4개사는 법상 최소요건을 상회, 각 2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부 위원회 경우도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들은 관련 법상 최소 기준을 크게 초과해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했을 뿐 아니라, 위원회 유형별로 볼 때도 전년 대비 설치회사 수가 모두 증가했다.

이와 함께 공시대상 기업집단 상장사 중 집중·서면·전자투표제를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216개사(78.8%)로 전년 대비 대폭 증가했으며, 특히 전자투표제의 경우 도입 회사 비율이나 실시 회사 비율 모두 전년 대비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는 잘 구비되고 있는 반면, 실질적 운영 측면에서는 여전히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상당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총수일가가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에 집중적으로 등재돼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총수 본인은 1인당 평균 3개 회사에 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그 중 SM(12개), 하림(7개), 롯데(5개), 영풍(5개), 아모레퍼시픽(5개) 등 5개 집단의 경우, 총수 1명이 5개 이상의 계열사에 등재되는 등, 책임 있는 경영이 이뤄지기 어려운 지배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총수일가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경우는 총 176건으로 나타났으며, 사익편취 규제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에서 집중적으로 재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는 계열사 퇴직 임직원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한 경우가 46건(38개 회사, 20개 집단)있었으며, 이 중 36.9%(17건)는 사익편취 규제 및 사각지대 회사에서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 측면에서도 이사회 상정 안건의 대부분이 원안 가결(99.62%)된 가운데,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상품·용역거래 한정) 안건(341건)의 경우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고,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가운데(341건 중 340건), 안건에 수의계약 사유조차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72.4%에 달하는 등, 실질적인 심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브리핑을 맡은 성경제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올해 전자투표제를 도입·실시한 회사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전자투표제를 통한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 주식수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느는 등 소수주주 권리가 대폭 신장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성 과장은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하에서 비대면 방식의 주주총회 개최가 활발해진 점과, 개인 주식투자자의 비율이 높아진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고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소수주주 권리 신장 효과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비대면 방식의 주주총회 개최, 전자투표제 실시 등 제도적 기반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다수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또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등기임원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다수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특히 총수일가 미등기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또는 사각지대 회사에 집중적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은 총수일가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재직하면서 권한과 이로 인한 이익은 향유하면서도,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회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과장은 “총수일가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이에 총수일가가 공익법인을 사회적 공헌활동 보다 편법적 지배력 유지·확대에 사용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3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보유주식에 대한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가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되며, 그 준수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내년도에는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 조사결과, 이사 겸직을 통한 성과급은 김홍국 하림회장이 23억 원, 롯데 신동빈 회장이 89억 원의 보수를 받고 있었으며, 미등기 임원에서는 이재현 CJ회장이 약 123억 원을,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53억 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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