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수신금리 0.4%포인트 인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몰렸던 뭉칫돈이 최근 은행으로 대거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1년 8개월 만에 '제로금리' 시대가 끝난 가운데 내년 최대 세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점쳐지면서 은행권으로의 '머니무브(자금의 대이동)'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26일 기준 654조7882억원으로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지난 24일(653조1354억원)과 비교해 이틀 만에 1조6528억원 증가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에몰렸던 유동성 자금이 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25%로 0.25%포인트 오른 1.0%로 결정한 직후 은행권에선 발 빠르게 수신금리를 인상했다.

앞서 8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당시 주요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소식이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 나온 것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과 동시에 수신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조치는 은행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 여론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나서 "은행의 예금금리 차를 주시하고 있다"고 은행을 압박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튿날 수신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고, 이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도 이에 동참해 예적금 상품에 대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및 시장금리 상승분을 고려해 수신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공급망 차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부동산·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평균 코스피 시장의 거래대금은 8월 15조5218억원 이후 지난달 11조7538억원으로 떨어졌다.

은행권으로의 머니무브 현상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내년까지 최대 세 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데다 현재 우리나라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어 당분간 유동성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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