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저물가 지속...‘아베노믹스’ 거쳤어도 장기 저성장 구조 여전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최근 미국과 유럽은 물론 대부분의 신흥국들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유독 일본에서만 저물가를 우려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야심적인 '아베노믹스'에도 불구, 수십 년 간 구조적인 저성장과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중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1% 상승에 그쳤고, 가격 변동이 심한 신선식품 및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경우, 오히려 0.7%나 급락했다.

반면 같은 달 미국은 6.2%, 유로존(유로화 사용지역)은 4.1% 각각 물가가 급등했다.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 반도체 공급부족 등 글로벌 인플레 요인이 일본에도 똑 같이 작용했음에도, 유독 일본만 반대로 움직인 것.

일본에서는 지난 수십 년 간 저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는 제품 가격의 인상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섣불리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투자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도 경직되면서, 근로자들이 양질의 일자리 구직과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광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소비자물가 상승은 기업 입장에서, 가계 소비가 증가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게 하는 신호"라며 "이후 근로자는 임금이 높은 일자리로 옮겨가는 유인이 증대되는데, 일본은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저물가 현상은 경제성장의 둔화와 장기적 임금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올해 3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연율 환산 1.4% 증가했으나, 일본은 거꾸로 4.1%나 급감했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수년 간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강도 높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했던 일본은행의 경우, 올해 8년 만에 처음으로 직원들의 기본급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깎았을 정도다. 

이광상 위원은 "일본의 저물가 현상은 보수적인 고용 및 임금체계 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에 기인한다"며 "이는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를 지연시키고, 잠재성장률의 저하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또 "향후 일본은 구조적인 저물가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확대가 가능한 방향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역동성을 확보하는 정책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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