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의 시선이 공정거래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최태원 SK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에 대한 결론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월 SK㈜는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138원에 인수했다. 이후 3개월 후에 19.6%를 1만2871원에 더 사들였고, 최 회장이 남은 지분 29.4%를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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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공정위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를 사익편취라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SK가 최 회장에게 지분취득 기회를 제공하고, 실트론의 지분가치가 올라 갈 것을 미리 파악했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외부 영향이 큰 반도체 관련 업종에서 지분가치 상승을 미리 예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K도 당시 최 회장의 지분인수로 이익을 얻을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성장과 수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실트론이 매물로 나왔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투자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 육성에 대한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 회장이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해외 기업들이 지분을 확보하면 경영 간섭과 기술유출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사익편취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직접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했다. 대기업 총수가 공정위 전원회의에 나온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최 회장 스스로 실트론 지분이 사익과 관계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에 대한 공정위의 결정은 우리 기업 문화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만에 하나 공정위가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취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사회적 파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업들은 몸을 더욱 사릴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미·중 무역갈등, 원자재 수급 등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총수와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을 위한 총수의 전략적 판단까지 사익편취로 매도될 경우 재계 전반에 책임경영 회피 기조가 확산할 수 있다.
최 회장의 경영 행보에 족쇄가 채워질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동안 최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넷제로 등 글로벌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SK는 물론, 재계의 경영 트렌드를 이끌어 왔다.
또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경제 외교’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정부 관계자, 글로벌 기업 경영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국내 재계 인사 중 한 명이 바로 최 회장이다.
이제 공은 공정위로 넘어갔다. 공정위는 다음 주 중 최 회장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공정위의 결정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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