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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대한항공, 1+1=2 아닌 1.5?…조건부 승인 우려
박규빈 기자 | 2021-12-30 13:43
LCC, 보유 기재 좌석·항속 거리 등 물리적 조건 제한 따라
공정위, 공급 금지·운임 인상 제한 요구…"앞뒤 안 맞는다"
황용식 교수 "공정위, 기업 존재 이유 부정…감원 가능성"
허희영 교수 "시장 경제 근간 뒤흔드는 노골적 개입 행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국적 대형 항공사 결합에 대해 조건부 허용 방침을 밝혔다. 항공사 자산으로 인식되는 슬롯과 운수권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에 재배분토록 함과 동시에 운임 인상은 인위적으로 억제하겠다는 방향이다. 이에 통합 대한항공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과 관련, 조건부 승인안을 담은 심사 보고서를 전원 회의에 상정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등 총 5개사가 취항 중인 250여개 노선에 대한 △슬롯 △운수권 △중복 노선 △점유율 변동 △항공 운임 등을 종합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승인 조건은 통합 대한항공의 운항을 다소 제한하고, 계열사 아닌 타 LCC들에 노선과 슬롯을 양보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공정위는 노선별 독과점 여부(경쟁 제한성)를 따져 통합 대한항공의 슬롯과 운수권을 국토교통부가 동시에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슬롯은 항공기가 공항에서 시간당 뜨고 내릴 수 있는 횟수에 대한 권리를 의미한다. 운수권은 외국 정부와의 항공 회담을 통해 항공기 운항 횟수를 정해 그 이내에서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권리다.


공정위 관계자는 "반납 운수권은 항공 관계법상 국내 항공사에게만 재배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 공항 슬롯에 대해서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 혼잡 공항 여부·신규 진입사의 슬롯 보유 현황 등을 고려해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여러 항공사에 운항의 문호를 개방할 경우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당초 글로벌 10위권 '메가 캐리어' 출범에 따른 '대한민국 항공 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취지와 목적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CC) 여객기들이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정위가 언급한 신규 진입사는 제주항공·이스타항공·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 등 LCC들이다. 그러나 이 회사들이 보유한 기재는 물리적으로 규모가 작다. 좌석 수와 항속 거리 등 제반 조건이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운항에 맞게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최근 티웨이항공은 A330-300을, 에어프레미아는 보잉 787-9와 같은 중대형 여객기를 도입하고 있으나 그 수는 매우 적다. 따라서 기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다니던 장거리 노선에 무리 없이 운항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항공사 규모에 따라 나눠진 슬롯을 LCC들에 나눠줄 경우 통합 대한항공의 이착륙이 제한되고, 오히려 LCC들은 남은 슬롯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외국 항공사들에게도 슬롯이 추가로 주어질 수도 있다.


아울러 공정위는 공급·서비스 축소 금지와 운임 인상 제한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어 국내 항공업계는 통합 대한항공의 역량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반독점이라는 키워드에만 매몰돼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고, 항공 주권을 외국 항공사들에게 넘긴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대한항공 제공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은 자국 항공사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발벗고 나선다"며 "사실상 대한항공에 족쇄를 채워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출범할 통합 대한항공과 LCC들은 기재와 회사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서로 직접적인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없다"며 "공정위는 산업 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결국 그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지고, 기대했던 시너지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공급 축소 금지와 운임 인상 금지는 기업으로 하여금 돈을 벌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합병을 유도하면 감원의 칼바람이 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역시 "공정위가 시장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며 "노골적인 시장 개입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한국산업은행과 약정했고, 대한항공은 이에 맞춰 인수 후 통합(PMI) 계획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허 교수는 "반(反) 시장적 공정위의 규제로 대한항공이 이를 지키지 못해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일어난다면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책임질 것이냐"고 했다.


한편 대한항공 관계자는 "심사 보고서를 송달 받는 즉시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절차에 따라 당사의 의견을 정리해 공정위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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