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주식시장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감시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더라도 뒤늦게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가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어 개미들만 눈물을 흘리게 됐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한미약품의 호재성 정보 사전 유출 의혹 조사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지난 19일 미국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대 신약 기술 수출 계약체결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19~20일 이틀간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증시에서 호재성 뉴스에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문제는 별다른 호재성 공시가 없었던 11일부터 기관의 집중 매수세가 이어졌다는 것. 기관은 11일부터 19일까지 한미약품의 주식 607억원 규모를 쓸어 담았다. 한미약품의 주식의 거래량도 10일부터 평소(4만~5만주)의 2~3배 수준으로 증가했고 12일부터는 평소의 10배, 19~20일에는 평소의 20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기관이 신약 기술 수출 계약체결을 미리 알았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이달 10일 12만원이었지만 20일에는 24만원으로 두 배 뛰었다. 기관은 주가가 이틀 연속 상한가로 치솟은 20일 8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에 비해 개인은 20일 뒤늦게 21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상투’를 잡았다.
이뿐 아니다. SK텔레콤과의 합병설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나타냈던 SK브로드밴드 역시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된다. 기관은 10~20일까지 무려 9거래일 연속으로 SK브로드밴드의 주식을 201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이달 9일 4280원이었던 주가는 20일 5360원까지 올랐다. 주가가 급등세를 나타낼 때도 SK 측은 양사의 합병을 지속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20일 장 마감이후 SK텔레콤이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공시가 나왔다. 때문에 기관투자자가 이 같은 공시를 미리 알고 집중 매수에 나선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 기관투자자에 한정된 게 아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달 5일 장 마감 직전에 지난해 4분기 영업전망치를 기존의 102억원에서 319억원 적자로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매출액 역시 2550억원에서 2126억원으로 수정했다. 이날 외국인은 평소의 몇배나 많은 100만여주의 서울반도체 주식을 시장에 쏟아냈다. 공시가 나오기 하루 전인 2월19일에도 88만여주를 내다팔아 더욱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에 대한 의혹을 키웠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한미약품과 SK브로드밴드의 미공개 정보 이용거래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관과 외국인의 불공정거래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보상할 방안은 실질적으로 없다.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면서 주가가 부정적 영향을 입는다는 점도 개인투자자에는 아쉬운 점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불공정거래 조사가)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나고 주가가 하락하면 금융감독원이 손실 책임 지나? 주주들 손실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해 주나? 최소한도 금감원장이 사직을 한다든가 뭐가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