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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간섭 신호탄?…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금융권 초긴장 까닭은
류준현 기자 | 2022-01-12 14:36
점포축소·인력감축 등 주요이슈 비토놓고 이사회 기밀 유출 우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공공기관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지난 11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법 통과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노동이사제·노조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적극 추진해온 까닭이다. 특히 금융권이 경영 효율화와 디지털화를 계기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노조와 내홍을 쌓아온 만큼, 노사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담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 131곳은 올 하반기께 사외이사 중 1명을 반드시 소속 근로자로 선임해야 한다. 금융 공공기관 중에서는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등 5곳이 근로자 대표 1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협의회는 지난 11일 국회 정문 앞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관련 기자회견 및 약식집회를 가졌다. / 사진=금융노조 제공


특히 이들 5곳은 20명의 비상임 사외이사가 연내 임기만료를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의 경우 비상임이사 7명 중 한승희·서종식 이사가 오는 30일까지 활동한다. 예보는 비상임이사 7명 중 3명인 원봉희·이성철·선종문 이사 임기가 8월 초 만료된다. 캠코는 비상임이사 8명 중 7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오는 4월 안태환·임춘길 이사가, 8월에는 김정식·김령·박영미·이종실·박상현 이사가 임기만료를 맞는다. 이들 세 기관의 경우 공석이 꽤 생기는 데다 공공기관인 만큼, 노동이사 내정이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비롯해 한국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노동이사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그동안 각 기관 소속 노조가 노동이사제와 비슷한 성격의 '노조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추진한 만큼, 노조인사가 자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 측에서는 공운법이 국책은행 등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되지만 임원선임절차나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 상 공기업·준정부기관에만 적용되도록 명시한 게 문제라며, 기타공공기관도 노동이사제를 못 할 이유는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이들 기관 중에서는 수은이 지난해 9월 유일하게 노조추천 인사(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를 선임했다. 수은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인사가 없지만, 내년 초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책은행 및 금융 공기관 중 노조추천 사외이사 이슈로 가장 언급이 많이 됐던 곳은 기은이었다. 기은은 노조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를 후보군으로 제청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임면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기은 관계자에 따르면, 기은은 오는 3월 2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노조가 이번에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지는 미지수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 찬반 의견도 뚜렷한 양상이다. 그동안 노동이사제·노조추천 사외이사는 '경영권 간섭'과 '경영진 견제장치'라는 구호 아래 찬반이 나뉘었다. 노조 측에서는 경영진의 종횡무진과 잘못된 의사결정을 견제하기 위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일각에서 우려하는 무조건적인 급여인상도 기재부 지침상 실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동이사는 근로자를 대표해 인력문제, 자본금, BIS문제 등 리스크측면을 얘기하는 게 전부"라며 "공공기관들은 기재부 지침으로 인해 총인건비 한도 등 복지예산을 늘리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는 인원이 1명 밖에 안 된다. 이사회 의결이 노동이사 한 명 때문에 안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의결권의 절반을 노동이사가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어느 정도의 견제기능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경영권 간섭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국책 금융기관을 너머 강성노조 성향을 띄는 민간 금융권으로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확대되면 이사회 기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에서는 미래투자계획, 자금현황 등 핵심정보가 상당히 거론된다. 유출되어선 안 될 경영정보들이 전략적으로 빠져나갈 경우 더 이상 이사회 논의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특성상 외부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경영판단도 있는데, 이런 얘기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처럼 혁신과 자유를 지향해야 하는 곳에 노동이사제 도입은 다소 시기상조"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제가 많은 산업이 금융인데, (노동이사제는) 또 다른 규제이지 않느냐. 구조조정도 제때 못하고 노사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진국처럼 정치투쟁부터 없애고 경영을 위해 노사가 합의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처럼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때, 노사 연대로 임금삭감 및 구조조정에 합의하는 숙의적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ESG경영의 거버넌스(G)를 '지배구조'로 곡해해 노동이사를 늘리려는 시도도 잘못됐다는 평가다. 그는 "G를 우리나라는 지배구조로 해석하는데, G는 각종 정보를 공시해 '투명경영'을 하라는 것"이라며 "지배구조라고 해석을 하다보니 이사가 몇 명인지 집착하고, 국민연금의 경영간섭 등이 거론된다. MSCI나 다른 투자금융기관들이 만드는 지수에는 관련 내용이 안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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