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처책임제 도입에, 대선후보 요금 동결 공약까지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서민 물가 부담을 고려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 및 원자재값 상승 등 요금 인상 요인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요금인상 억제 정책이 더 지속된다면, 발전공기업들의 적자 부담이 곧 국민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 적자를 낸 데 이어 발전공기업 등이 줄지어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 정부는 전기요금 및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소비자물가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부터 각 부처별 물가를 책임지도록 하는 ‘부처별 물가 책임제’를 도입하면서다.

이에 따라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 물가를 책임지게 되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 및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 유가 상승이 예측됨에도 불구, 정부의 확고한 물가 잡기 의지에 쉽사리 요금 인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발표하고, 대통령선거가 끝나는 2분기에는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전기세 공약 발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전기요금 인상은 큰 부담이 된다”며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들고 나오면서, 2분기 공공요금 인상 여부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앞서 산업부는 요금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발전공기업들의 입장을 반영해 지난해 4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3원을 올렸지만, 올해 1분기에는 재차 동결했다. 

산업부는 물가 상승률에서 공공요금이 차지하는 부분은 0.04%에 불과해, 적정 수준의 공공요금 인상 정도로는 전체 물가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이지만, 타 부처들은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제조 및 운송 등 생산비용이 올라가게 되고, 이는 공산품 요금 인상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한다.

결국 물가 상승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적음에도 쉽사리 요금인상 카드를 낼 수 없는 산업부는 난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가격 인상 요인이 반영되지 않으면 한전이나 한국가스공사 등 발전공기업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민수용 요금이 17개월째 동결되면서 지난해 말 미수금이 1조 5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으며, 한전 역시 지난 2020년 12월부터 최근까지 국제유가와 유연탄, 천연가스 가격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는 것을 근거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공요금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개발연대식' 정부 개입을 그만둬야 할 때”라며 “지금 인상을 막아도 결국 나중엔 국민들이 더 크게 부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도 “지난해 7월 이후 발생한 미수금은 미래 소비자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 역시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안내고 넘어가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를 미룰수록 그만큼의 이자가 포함돼, (국민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한전이 발표한 인상안에 따르면, 기준연료비 인상에 더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환경요금도 현재보다 2원이 증가한 kWh당 7.3원으로, 2분기부터 4인가구 기준 월평균 전기요금은 1950원이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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