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4차 접종 중증화율↓...실보다 득"
"일반인은 아직 시기상조...데이터 확보 필요"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잦은 추가 접종(부스터샷)은 면역 체계를 저하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나온다. 또 '4차 접종'의 경우 고위험군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일반 국민에게 확대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는 가운데 2월3일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5일 업계에 따르면 마르코 카발레리 유럽의약품청(EMA) 백신 전략 책임자는 최근 "백신의 잦은 추가 접종은 인간의 면역 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지속적으로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EMA 백신 전략 책임자의 발언은 전문가의 의견이나 우려일 뿐 공식적인 데이터가 아니다"며 "EMA나 세계보건기구(WHO)도 잦은 백신 접종이 면역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공식 발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는 일반인보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심한 사람에게 치명률이 높다"며 "이런 분들에 한해서는 추가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근거로는 4차 접종을 선제적으로 시행 중인 이스라엘의 사례를 들었다. 김 교수는 "이스라엘에서 먼저 4차 접종을 한 데이터를 보면, 중증도 발생을 4분의1 가량 줄인다"며 "고위험군에선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국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신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증화 가능성이 높은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득이 크겠지만 일반 국민 대상으로 득과 실을 따졌을 때는 확실치 않다"며 "추가 접종을 지속하는 건 시기상조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도 "4차 접종으로 중증화 확률이 높은 집단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도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접종은 아직까지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익이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백신 접종 보다 치료제 중심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백신의 추가 접종을 무조건 강요하기 보다 조기 진단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정맥 주사제 '렘데시비르'를 활용해 예방, 관리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방편이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추가 접종의 목적은 예방율 보다 감염병의 중증화를 막는 것이다"며 "그런데 건강한 성인층의 경우 이미 중증 예방 효과를 기억하는 T세포가 있어 3차 추가 접종을 통해 중증도 예방 효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3차 접종도 3개월이 지나면 그 효과가 3분의1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시설에 계신 분들 중에 젊은 종사자도 있기 때문에 모든 요양시설과 면역저하자에 대해 접종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의료진의 판단과 필요한 경우에 추가 접종이 이뤄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전날 4차 접종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전날부터 시작된 4차 접종 대상자는 면역저하자 130여만명과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50여만명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서는 중증과 사망위험이 높지 않지만, 면역저하자와 요양병원·시설은 3차 접종 후 시간 경과에 따른 면역 감소로 최근에 누적 위중증 위험비 그리고 사망의 위험비가 높아지고 있어서 추가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당국은 이번 4차 접종에서 일반 국민을 포함한 60세 이상 고령층의 4차 접종은 계획에 없다고 밝히면서도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와 치명률 등의 추이를 지켜보며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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