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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광화문] 정치야, 살려 다오
편집국 기자 | 2022-02-18 14:18

 
미디어펜=김진호 부사장
소상공인들이 몰락을 넘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지난 2년의 악전고투에 가장 큰 희생을 치룬 것은 우리 동네 가게들입니다. 미장원 카페 헬스클럽 음식점 등등 적은 자본의 생계형 가게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비정규직은 잘려나갔고, 자영업자들은 빚으로 빚을 메우다가 이제 자포자기 상태에 넋을 놓고 있습니다. 


정부의 방역조치에 이들만큼 순종하고, 이들만큼 눈물을 흘린 계층은 없습니다. 음식점 사장님들은 종업원을 떠나보내며 내일 약속하지 못했고, 학업을 포기하고 가게를 지켰던 자식들은 언제 학교로 돌아갈지 기약이 없습니다. 가정이 무너졌고, 지역사회가 붕괴되는 가운데 국가의 존재에 대한 불신은 밑바닥을 다졌습니다. 처음에는 정부의 지원에 목을 늘렸고, 이어 지체되는 정책에 분노했습니다. 이제는 그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형편입니다.


코로나 전쟁기간 동안 모두가 힘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 연봉 50%+기본급의 500%, SK이노베이션 기본급의 1000%, LG이노텍 기본급의 1000%, LG화학 기본급의 850%, CJ제일제당 연봉의 82%, 카카오뱅크 연봉 20%+전직원 평균연봉 1000원 인상+연봉 30%의 스톡옵션, 현대차 기본급의 200%+580만원…" 이상은 언론을 장식한 대기업들의 성과급 내용입니다. 


물론 이들이 수령하는 고액의 연봉은 제외한 금액입니다. 게임업계를 선도하는 N기업의 경우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에 900억원이 넘는 연말 특별상여금을 쏟아 부어 수익성을 하락시켰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과거 이같은 보도에 "너무 많이 받지만 그만큼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그러면 내게도 혜택이 돌아오겠지"하며 박탈감을 뒤로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하부를 지탱하고 있는 소상공인의 희생 위에 세워진 성과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자 분기탱천하고 있습니다. 오후 9시에 문을 닫으라면 손님을 내보내며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6명의 손님만 받으라면 영업하는 가게 주인이 손님과 말다툼을 하면서도 방역지침을 지켰습니다. 이런 공적희생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음을 통치권이 부인하고 있다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분노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 지원법안의 지연시키고 있는 국회가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프랑스혁명의 발화점인 바스티유감옥이 될 수 있다는 다소 과격한 지적에 눈을 부라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제(2월17일)도 자영업자·소상공인 방역지원금 지급규모를 결정할 주체들이 국회에서 모였다고 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이종배 국회 예결위원장(국민의힘), 명성규 민주당 예결위 간사, 류성걸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 등이 멤버입니다. 하지만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지난 2년의 악전고투에 소상공인들이 몰락을 넘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처음에는 정부의 지원에 목을 늘렸고, 이어 지체되는 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17일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사진)를 비롯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방역지원금 지급규모를 결정할 주체들이 국회에서 모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홍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규모가 2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라는 기존의 정부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은 최대 1000만원의 지원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우선 정부안대로 300만원을 지급한 후 추가 지급을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이들이 입으로는 국민의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공감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전에 우선 300만원이라도 지급하려는 민주당, 1000만원이라는 고액 지원을 명분으로 선거 전 지급을 막으려는 국민의힘 모두의 주장에 정치논리가 개입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하지만 이들 중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요. 절대의석으로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집권당으로서 행정부서 수장에 불과한 기재부장관의 버티기에 무력하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기획재정부의 악행이 중심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가경제에 주름을 주는 인플레이션, 금리, 국가부채 등을 설명하고 현란한 수치를 들이대지만 이들 단어 중 '국민의 삶'보다 상위개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재임 기간 중 숫자로 나타나는 업적을 챙기려는 청와대와 재정 공무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국회까지도 무력화시켰다는 의심이 듭니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의 방향타는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 3명이 쥐고 있습니다. 경제부총리는 앞서 거명된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1960년生)이고, 청와대에는 이호승 정책실장(1965년生)과 박원주 경제수석(1964년生)이 포진했습니다. 모두 행정고시를 통해 임용된 엘리트 공무원으로 '비슷한, 아주 비슷한' 공직행로를 걸어왔습니다. 


홍 부총리는 29회 행정고시 합격 후 기획예산처 과장, 대통령비서실 정책보좌관,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을 지냈습니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행정고시 32회 합격 후 홍 부총리가 거친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을 역임하고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으로 일했습니다. 박원주 경제수석은 행정고시 31회 합격 후 산업통산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에너지지원실장, 특허청장을 역임했습니다. 


이 실장은 관료출신 첫 청와대 정책수석입니다. 그동안 청와대는 정책수석과 경제수석을 교수와 관료를 균형감있게 배분했으나 이 실장이 정책수석으로 보임돼 정책수석, 경제수석 모두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로 채워졌습니다. 또 박 수석과 이 실장은 같은 대학, 같은 학과 1년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이들은 같은 안경을 끼고,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창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다른 목적을 위해 경제성장률, 부채비율, 무역수지 흑자 등 실적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에 대한 실망감도 하늘을 찌릅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연체 위기의 소상공인 구조를 위해 국가가 나서 채무를 매입하고 팬데믹으로 신용등급이 낮아진 소상공인에게 신용대사면을 실시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또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지원을 위해 100조원의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 


윤석렬 국민의힘 후보도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원을 투입하고 부족하면 추가 예산집행을 약속했습니다. 또 소액 채무의 경우 90%의 원금을 감면하겠다는 장밋빛 공약도 덧붙였습니다.


이 모두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얼마나 바라던 공약인지 모릅니다. 그야말로 숨통이 트이는 생수 같은 약속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내가 당선되면~"입니다. 지금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잔칫날 진수성찬을 기대하라니 속이 터집니다. 


내일 집세를 못 내면 거리로 쫓겨날 판인데 가구를 바꿔주겠다니 "없는 사람들 속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하소연입니다. 이러다가 정말 서민경제가 회복불능으로 다죽을 판입니다. 대통령선거일 전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임시 국회 마지막 날인 25일까지는 여·야·정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치야, 살려달라"는 절규가 들리십니까? /미디어펜=김진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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