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수호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등은 23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근로자 A씨가 병원에서 약 두 달간 치료를 받다가 최근 숨진 사건에 대해 쿠팡 책임론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쿠팡의 안전 대응절차 때문에 외부 신고가 지체됐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쿠팡대책위는 노씨가 당시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지만, 당시 같은 곳에서 일하던 동료들의 증언과 통화기록 등에 따르면,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 30분이나 소요돼 쿠팡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것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권영국 쿠팡대책위 대표는 “쿠팡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기본적인 안전대책과 보건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다만 쿠팡 측 입장과는 상반된다. 당시 정황이 노조의 주장과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쿠팡은 긴급상황 발생 시 누구나 외부에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쿠팡의 안전 대응 체계 탓에 고인이 빠르게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외부 신고를 하려면 매니저와 안전보건팀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 때문에 증상을 호소한 직후에 119 신고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쿠팡 측은 “외부 신고를 하려면 매니저와 안전보건팀을 꼭 거쳐야 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긴급상황이 생기면 경중에 따라 누구나 119에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쿠팡의 설명이다.
특히 A씨는 당시 업무 특성상 본인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근무 장소 인근에 119 신고가 가능한 공용 전화기도 설치돼 있었다.
노조는 23일 기자회견에서 병원 이송이 늦어진 이유를 쿠팡의 부족한 현장 대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구급차가 도착했을 당시에만 해도 A씨는 의식이 있었고, 주변 지역 병원 2곳을 찾아갔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격리실이 부족해 입원하지 못해 20km 떨어진 병원까지 가야 했다고 쿠팡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쿠팡 대책위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A씨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인 지난 11일 사망했기 때문에 쿠팡이 해당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해석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불가능하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질문답변 자료(중대재해처벌법령 FAQ)만 살펴보더라도 이번 사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자료에서는 ‘법 시행일 (2022년 1월 27일) 이전에 사고 또는 질병이 발병했으나 시행일 이후 사망한 경우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언급돼 있다.
쿠팡 측은 “A씨는 주간조로 근무하는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본인 희망에 따라 업무 강도가 낮은 신규 직원에 대한 전산 교육 업무 등을 담당했다”며 “사망 직전 12주 평균 주 근로시간은 33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A씨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고인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회사에 단정적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하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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