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로…'경영 책임자' 기준 모호
핵심 수장 공백 불가피, 경영 운신의 폭도 좁아질 듯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지난 1월 27일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처벌 대상과 범위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이 검찰청에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가 있지만, 이곳에서도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첫 적용기업의 법리적인 해석이 주목된다. 현재 첫 적용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곳은 현대제철이다.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동국제강 당진공장, 세아제강 포항공장. /사진=각 사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월 들어 현대제철에서는 두 번째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으로 적용될 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일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현대제철 공장 금형 수리장에서 2차 하청업체 노동자가 철골 구조물에 깔려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앞선 2일 당진제철소에서 50대 노동자 1명이 1냉연공장의 도금 포트(도금용액을 저장하는 대형 용기)에 빠져 사망한 지 사흘 만에 또 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현대제철에 작업중지를 명령한 후 사고 원인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만약 회사의 과오가 인정되면 현대체절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 '경영 책임자'의 기준이 모호한 현대제철 대표가 직접적인 처벌 대상이 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경영 책임자'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현행법상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범위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장애등급 중증요양자(1-3급)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고의로 재해를 은폐하거나 부상자 또는 질병자가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재해로 노동자가 사상하는 재해 등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안전보건관리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되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중대재해처벌법 2조 9항에 따르면 경영 책임자는 구체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명시돼 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최고안전책임자(CSO)직을 잇따라 신설했다. CSO는 최고경영자(CEO)가 전문적으로 맡기 어려운 안전보건체계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관리하는 총괄책임자를 뜻한다. 

기업들은 대표이사가 CSO를 겸직토록 하거나, 고위 임원을 CSO로 지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이 검찰청에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에서도 경영 책임자의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해설서에 따르면 경영 책임자는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해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기업 총수도 특정 업무를 지시한 사실이 있다면 공범으로 처벌될 여지도 있다고 유권 해석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현대제철의 사망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 될 경우 처벌 대상이 누구로 정해지는지에 따라 '경영 책임자'의 법리 해석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핵심 경영진의 공백이 불가피하고, 기업 경영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한국전력을 비롯해 기업들은 국내 대형 로펌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자문을 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법률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이윤을 내는 구조상 단가와 이익이 표준화돼있는 만큼 법을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기업들이 법이 요구하는 비용을 들여 안전보건 관리를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첫 처벌에 대한 형벌이 앞으로의 법 적용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누구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에 산업계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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