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수감 생활 3개월째를 맞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몰라보게 수척한 모습을 드러냈다.

   
▲ 사진=채널A 방송 캡쳐

1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 심리로 항소심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고법 302호 법정에 나온 그의 모습은 변호인의 '형벌 이전에 여론으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비난을 받고 수감생활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라는 말 그대로였다.

그는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됐던 모습과 달리 야윈 얼굴이었다. 전혀 꾸미지 않은 민낯에 갈색 뿔테안경과 한 갈래로 묶은 머리에 전보다 더 창백한 얼굴을 보였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최근 불면증으로 그가 잠을 잘 못 이룬다고 전한 바 있다.

여성 재소자들이 주로 입는 푸른 수의에 흰 운동화를 신은 모습은 여느 구속 피고인들과 다를 게 없었다. 수의 안에는 회색 티를 받쳐입고 있었고, 한 손에는 안경을 넣는 투명한 플라스틱 안경집을 들고 있었다.

피고인석에 앉은 그는 재판장이 본인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번호를 읊었다. 이후 고개를 45도쯤 아래로 숙인 채 입술을 앙다물고 앉아 있었다.

그는 재판 말미에서 재판장이 "피고인의 생각이나 입장, 바람이 있다면 말할 기회를 주겠다"며 말을 시키자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목소리로 "이 자리를 빌어 피해자들에게 용서 구합니다. 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습니다. 선처를 구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변호인은 항소 이유를 밝히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 및 가족들께 깊은 사죄를 드리고, 많은 분들께 깊은 상처를 주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피해 회복을 위해 각 피해자를 위해 1억원씩 공탁했고 지금도 합의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 중이니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만 변호인은 "항공보안법에는 항로의 정의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았고 관계 법령 어느 부분에도 항공로에 지상이 포함된다고 보지 않았는데도 원심은 처벌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항로의 사전적인 의미를 벗어나 지상까지 포함해 해석했다"며 원심에 이어 '항로변경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유지했다.

원심이 항로를 항공로뿐 아니라 지상의 이동 경로까지 포함해 해석한 것은 헌법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원심 때와는 달리 업무방해와 강요 혐의는 인정했다. 변호인은 "원심에서는 부사장의 담당 업무가 '지시'라는 성격을 강조해 업무방해와 강요가 아니라고 다퉜으나, 항공기 운항 상황에서 행동이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이 부분에 대한 무죄 주장은 철회한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KE086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던 중 기내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며 박창진 사무장 등을 폭행하고 항공기를 회항하게 만든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한편 미국의 ABC 뉴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는 재벌에 대한 적개심으로 비롯된 마녀 사냥으로 보고 있다"는 보도를 지난 2월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