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총리 “지속적인 범부처 대응 위해 인수위와도 논의”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건설현장 내 노조의 불법행위가 채용 강요뿐만 아니라, 금품 요구, 폭행·협박 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건설현장에서의 노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또한 대규모 집회 현장 등에 대해서도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43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 ‘채용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방안’을 심의·확정했다. 

   
▲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 모습으로 기사와 관계없음./사진=미디어펜


이날 김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들을 근절시키기 위한 ‘건설현장불법행위근절 전담대응반(TF)’ 결과를 바탕으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며 “전국적으로 대응팀을 운영해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를 방해하면 엄중히 처벌하고 불법점거로 피해를 입힌 사업자는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 등도 담았다”며 “이번 방안은 대통령 인수위원회하고도 논의해 다음 정부에서도 이러한 의지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총리는 “경찰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범부처가 한 팀이라는 자세로 준비해 정부의 의지를 가벼이 보는 풍토를 반드시 고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노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를 통해 공사 진행을 방해해 공기(工期) 압박에 시달리는 시공사는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며 “이는 건설공사 공기 지연, 비조합원 등에 대한 공정한 채용기회 상실 등 사회 문제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언급된 사례들을 보면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해당 건설사의 전국 모든 현장에 대해 공정을 지연시키겠다고 협박 및 시멘트 운송 전면 중단 △‘준법 투쟁’이라는 명목으로 안전·환경 관련 법 위반사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지속적으로 신고하는 행위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확인하겠다는 이유로 공사 현장에서 주민등록증 제출을 요구하며 입구 점거 △군소노조는 채용 요구 시 집회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노조발전 기금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요구하는 등이 소개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관계부처 합동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를 구성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으나, 현장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그간의 관행·제도·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건설현장에 문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실무협의체를 전국 지역별로 상시 운영하고, 각 부처별로 ‘건설현장 담당자’를 지정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신고센터 접수 현장, 고소·고발이 이뤄진 현장, 대규모 집회 현장 등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가 직접 운영 중인 ‘건설현장 채용질서 신고센터’의 효과성을 제고하고 홍보를 강화한다. 

또한 업종별 건설협회가 지역의 건설기계 임대·채용 수요 등을 파악한 후에 공통의 플랫폼을 통해 계약·채용하게 함으로써, 건설업체가 직접 채용 및 계약 압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불법행위와 관련 어떤 현장이든 사유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건설현장 출입방해·건조물 침입·신분증 검사 등은 물론, 폭력·소음규제 위반 등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빠짐없이 처벌함으로써, 공사 진행 방해가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하는 선례를 마련하고 동일·유사한 법 위반 행위들에 적극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관계부처 합동 ‘전국 건설현장 불법행위 일제 점검’을 연 2회 실시 △채용절차법에 따른 법 위반사항 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키 위해 출석 불응·허위 보고·자료 미제출 등에 대해 제재 규정 신설 △건설기계 소유자가 건설기계로 허가되지 않은 사업장 내 또는 사업장 인근 등을 점유하며 피해를 입히는 경우, 건설기계 관리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제재 규정 신설 △불법체류자 문제 등 해결을 위해 건설현장 실태조사 실시 등 법·제도를 보완 구축한다.

   
▲ 김부겸 국무총리./사진=미디어펜


김 총리는 “채용 강요 등 불법행위가 건설현장에서 반복되고 고착화되면 건설현장 내 안전과 경쟁력을 더이상 담보할 수 없게 된다”며 “노동계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불법행위 근절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에서도 정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하며, 관계부처는 건설현장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하고, 철저하게 법을 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노조의 공정거래법 위반(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 총 21건을 상반기 내 처리할 예정”이라며 “제재 수준도 시정명령뿐만 아니라, 과징금 부과 및 고발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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