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원내대표, 퇴로 막힌 민주당에 길 터줘…'국민 피해' 안중에도 없어
"중재안 존중" 인수위, 하루만에 입장 바꿔…'합의 명분' 민주당, 강행 예고
   
▲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법조계 99% 이상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모양새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실책으로 우습게 됐다.

국회 다수당이라는 우위를 앞세워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 더불어민주당에게 권성동 원내대표가 합의해 주면서 길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시간에 쫗겨 막다른 길에 놓였던 쪽은 민주당이다.

   
▲ 4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가 함께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5월 10일이 되기 전, 국회 본회의에서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킨 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면 끝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을 뿐더러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는 벽에 부딪힌 상황이었다.

당초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하고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검찰이 정치인 수사를 못하게 할뿐더러, 형사사건에서 불거지는 수백만명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없다.

이미 문재인 정권이 민주당을 등에 업고 강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비대해졌고, 검찰은 대부분의 일반 형사사건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검수완박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은 향후 피해자나 사건관계인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다. 경찰이 넘긴 사건기록 검토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해서 피해자 권리 구제의 길은 완전히 막히게 됐다. 민생 사건의 진실 규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적법한 여죄 수사나 명백히 드러나는 범죄에 대한 인지수사도 할 수 없다. 일반사건에 대한 검찰의 1차 수사권은 이미 없어졌다. 이번 중재안으로 범죄자 기소를 위한 보완수사도 물 건너갔다. 피해자나 피의자의 억울함을 풀 길이 없어졌다.

그런데 권 원내대표는 몇몇 일부 조항을 수정한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에 덜커덕 합의해버린 것이다. 민주당의 퇴로가 뻥 뚫리는 순간이었다.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었을뿐, 기존 민주당측 개정안과 중재안은 거의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법조계 인사들이 법안의 위헌성과 허술함을 떠나서 '야합'이라고 비판하는 대목이다.

권 원내대표의 중재안 합의에 곧장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또한 마찬가지다. 여야가 합의하기 전날, 입법 절차 중단을 촉구한 인수위의 기존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린 행태다.

하루하루 자기 사건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들의 애원은 외면하고 국민이 전체적으로 겪는 고충은 나몰라라 한 무책임한 태도였다.

다음달 대통령에 취임할 윤석열 당선인도 안타깝다. 25일 오전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에 대해 "정치권 전체가 중지를 모아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일단 당선인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전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아무 의미 없는 답변이다. 자신의 구체적인 입장을 끝까지 밝히지 않고 있는 윤 당선인의 태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25일 오전 국민의힘이 번복 후 재논의 의사를 밝혔지만,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22일 국회의장 중재안으로 합의를 이뤄 대외적 명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재논의 의사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장 이날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해당 중재안에 대해 밤샘 심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선출된지 얼마 안된 권 원내대표의 정무적 감각이 일을 그르쳤다. 거듭 사과하긴 했지만 작은 정치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만을 바라봤다면 이렇게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70년간 이어져 온 형사사법체계를 송두리채 바꾸려는 민주당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함께 오명을 뒤집어쓰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국민의힘의 실정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