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 엄중"…경제단체, 이재용 사면복권 청원
정치권 결정 기다리는 재계…이런 일 되풀이돼선 안 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3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언제까지 삼성전자일 수 있을까. 지금이야 세계 최고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어쩐지 불안하다. 이 불안의 상당 부분은 문재인 정부에 지분이 있다. 한 기업의 운명이 특정 정부에 달렸다고 말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 ‘재벌 개혁’, ‘적폐 청산’이라는 국정 과제 속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날개가 꺾였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른바 ‘국정농단’이라는 희대의 정치 사건 희생양으로 엮이면서 수난이 시작됐다. 지난한 과정 끝에 작년 여름 가석방이 됐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가석방 상태에서는 삼성을 대표하는 공식 직함을 가질 수 없어 대외 활동이 어렵다.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사실상 경영 활동에 발목이 묶여 있는 것이다. 이런 수난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다만 그림자도 분명하다.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여전히 부진하다. 증권가에서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지만, 삼성전자에 투자할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해서 그렇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미래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시가 총액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위기라는 점이다. 

이 모든 짐을 어깨에 지고 있는 이 부회장의 심정이 가장 복잡할 것이다. 경영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각종 리스크에 시달리며 이리저리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사업이라는 게 원래 우여곡절이 있지만, 발목을 잡고 있는 상대가 정부라 호소할 곳도 없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기업하기 좋았던 날을 손에 꼽기도 어렵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재벌 개혁’을 내세운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가 유일하다.

   
▲ 조우현 산업부 기자


지난 25일 각 경제단체들이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항상 읍소하고, 기다리고, 고개 숙여야 하는 재계의 처지가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일 수밖에 없었겠지 싶다. 안 그래도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주체인 기업인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니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택한 게 사면 복권 청원이었을 것이다.
 
이런 엄중함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문 대통령은 “사면 요청이 각계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는 애매한 말을 남겼다.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라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문 대통령 마음대로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과연 문 대통령의 마음은 어느 쪽에 있을지 궁금하다. 국익일까, 이념일까.

'문재인의 정부'는 이제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우리 경제와 삼성의 잃어버린 5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다.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카드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국민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제 회복의 첨병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다. 이제는 이 부회장의 사면복원이라는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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