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국인의 은퇴준비 수준이 6년 전에 비해 개선되긴 했지만 은퇴 후 예상생활비를 줄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소득수준별 은퇴준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피델리티자산운용은 한국인의 은퇴 준비 정도를 조사해 지수화한 '2014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를 발표했다.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는 피델리티 운용이 서울대학교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함께 조사하는 은퇴 관련 지수로, 지난 2008년 첫 발표된 이후 2010년, 2012년에 이어 올해 4번째로 발표됐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희망하는 은퇴생활 수준과 실제 은퇴 준비 수준의 괴리를 의미하는 '은퇴준비격차'는 지난해 13%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퇴 전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추가적으로 13만원을 모아야 은퇴 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연간 4560만원의 생활비가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민연금과 사적 연금, 저축 등을 포함한 실제 예상 은퇴 소득은 연간 3479만원에 불과했다.
은퇴준비격차 13%포인트는 2008년과 2012년 각각 21%포인트, 18%포인트였던 것에 비해 개선된 것이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은퇴 직전 소득 대비 은퇴 후 예상 생활비를 나타내는 ‘목표소득대체율’의 감소로 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은퇴이후 생활에 대한 현실적이거나 비관적인 전망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목표소득대체율은 2008년 62%에서 2014년 57%로 낮아졌다.
최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소득대체율의 상승으로 인한 은퇴준비격차 감소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권고한 60~70%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령별로는 50대의 은퇴준비 개선이 두드러졌다. 50대 인구의 은퇴준비격차는 지난 2012년 20%포인트에서 올해 9%포인트로 크게 감소했다. 최 교수는 “50대는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지출은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동시에 은퇴기간 동안 예상되는 소비수준을 크게 낮춘 것이 은퇴준비격차 하락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득수준별 은퇴준비수준 격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집단의 은퇴준비격차는 -1%포인트를 기록했다. 은퇴 후 목표 소득을 이미 초과할 정도로 은퇴에 완벽하게 대비돼 있다는 의미다.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는 은퇴준비격차가 49%포인트에 달해 은퇴 후 목표 소득의 절반 정도밖에 은퇴 소득이 준비되지 않았다.
직업별로도 상대적으로 수입이 높은 전문·관리·기술직의 은퇴준비격차가 6%포인트로 가장 낮아 은퇴준비가 잘 돼 있는 직업군으로 나타났다. 이어 사무직(10%포인트), 서비스직(10%포인트), 생산직(11%포인트), 판매직(21%포인트) 순이었다.
최 교수는 “개인준비와 시장상황에 따라 은퇴준비격차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퇴직연금이 저물가·저금리·저성장 등 '뉴노멀'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안정성 지향의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16.3%에 불과한 퇴직연금 가입사업장의 비율을 늘려야한다”면서 “세법에도 관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2014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는 가구주가 20~59세인 2인 이상 도시 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이 진행됐다. 60세에 은퇴해 부부가 모두 기대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노지리 사토시 피델리티 일본 투자자교육연구소장은 “세계의 인구통계 추세를 볼 때 일본은 고령화 수준이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은 고령화 속도에서 최고를 나타내고 있다”며 “고령자와 수령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금의 연금 수준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