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대비 우리나라 산재 처벌 수위 높아... 실효성 논란
재계 "기업활동 위축시켜... 처벌 수위 완화 및 법률 구체화해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을 조금 앞둔 가운데 제조업 분야의 사망사고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동 법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재 처벌 수위가 전세계 대비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업의 경영의지 위축으로 인한 산업경쟁력 약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 모습으로 기사와 관계없음./사진=미디어펜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5일 산업재해 현황 통계 항목 추가됨에 따라, 재해 발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최초로 발표하고, 올해 1분기 사고사망자는 157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8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종별로는 건설(7명), 기타업종(8명)은 전년동기 대비 감소한 반면, 제조업(7명)은 전년동기 대비 증가했다. 특히 전 업종 대비 제조업 사고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2.5%로 전년동기 대비 5.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유형별로는 떨어짐, 끼임 등 재래형 사고는 전년 동기 대비 27.4% 감소했으나, 무너짐 및 화재‧폭발 등 사고는 전년동기 대비 108.3%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고원인별로는 작업절차·기준 미수립(25.3%), 추락방지조치 미실시(17.2%), 위험기계·기구 안전조치 미실시(12.4%)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특히 50인(억) 이상 업종의 사망사고는 전년동기 대비 1명 증가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 27일) 이후로는 전년동기 대비 7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권기섭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매년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건설업은 집중적인 예방활동 전개와 함께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 처음으로 업종별 사망사고 비중이 50% 미만(49.7%)으로 떨어졌다”면서도 “다만 제조업은 올해 1분기에 사망사고가 크게 늘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유해위험 작업이 많은 조선·철강 제조 분야와 화재‧폭발‧질식 등 대형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석유화학 제조분야 등에 점검·감독 역량을 집중해 제조업 사망사고 예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2021년 대비 2022년 1분기 월별 사고사망자 증감 추이(상단) 및 제조업 기업 규모별 사망사고 발생현황./자료=고용부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할 ,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주요 산업 선진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속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주요 선진국의 산업안전 법률 및 처벌 수위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현장에서 사망자가 업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업주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또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애초에 징역형에 대한 규정이 없으며, 규정을 두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최대 1년 이하의 징역형인 반면, 한국은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타국 대비 처벌 수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사건과 관련해 사업주 및 기업에 대한 처벌이 산재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예방 활동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는 산업안전정책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하자 사망자 발생률이 감소했다.

재계는 이 같은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새 정부가 동 법을 개선해 주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황용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이번 윤석열 정부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부당 노동행위제도를 조속히 개선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100일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구체적인 내용파악이 어려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률의 모호성을 해소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과도한 처벌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본시장 공정회복에 관한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기업인 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인들의 경영의지를 위축시키는 법”이라며 “산업재해는 철저한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용부 장관에 내정된 이정식 후보자 역시 “법 취지에 따라 기업들이 스스로 산재예방체계를 갖춰 산재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기업의 자율성에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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