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지난 1년사이 시가총액 세계 500위내 든 한국기업수가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중국 기업의 수는 두 배로 늘어났다.
16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시가총액 500대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수(전날 기준)는 3개로 1년 전(6개)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다.
시총 기준으로 500위 내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28위)와 현대차(360위), SK하이닉스(445위)였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963억 달러(215조3000억원)로 1년 전(1931억 달러·211조8000억원)보다 늘어났지만 순위는 6계단 하락했다. 현대차 순위는 지난해 201위에서 크게 밀려났지만 작년 462위에 올랐던 SK하이닉스는 17계단을 뛰어올랐다. 작년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현대모비스(작년 393위), 포스코(435위), 한국전력(482위)은 목록에서 사라졌다.
한국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후퇴한 것은 엔화 약세 등으로 수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한국 증시가 미국, 일본, 중국 증시와 비교할 때 상승 강도가 약했던 점도 시가총액 순위의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눈부셨다. 500대 기업에 든 중국 기업 수는 46개로 1년 전(22개)의 두 배가 넘었다.
중국 경기의 둔화 우려에 경기부양책이 쏟아졌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정책 기대감이 커진 점이 시가총액 증가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차이나(4위), 공상은행(7위)이 세계 10대 기업에 포함되면서 미국 기업 일색의 상위권 판도를 흔들었다.
건설은행(31위→16위), 중국은행(55위→21위), 농업은행(50위→25위) 등 은행들의 순위도 큰 폭으로 올랐다.
최근 시총에서 삼성전자를 제친 텐센트는 지난해(53위)보다 23위 뛰어오른 30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알리바바는 한때 10대 기업에 들기도 했지만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올해 23위까지 떨어졌다.
일본 기업수의 변화(30개→32개)는 크지 않았지만 순위는 1년 전보다 대체로 높아졌다.
일본 1등 기업인 도요타의 순위가 26위에서 17위로 올랐고 미쓰비시도쿄파이낸셜그룹(110위→91위), 닛폰 텔레그래프(158위→120위), NTT도코모(138위→123위), 재팬 토바코(146위→142위) 등의 순위도 상승했다.
미국 기업들은 건재했다. 애플이 시가총액 7356억달러(806조8000억원)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구글(작년 3위)과 엑손모빌(작년 2위)이 각각 2위, 3위에 올라 지난해 순위를 서로 맞바꿨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와 같은 5위였지만 존슨앤드존슨(6위→9위)과 GE(7위→10위)는 중국 기업들에 밀려 순위가 내려갔다.
500대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 수는 198곳으로 1년 새 3곳 늘었다. 다만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미국 수출업체의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미국 기업들의 순위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브라질(5개)과 러시아(6개)는 500대 기업수가 작년보다 각각 2개씩 줄었다. 인도는 500대 기업에 작년(9개)보다 6개 늘어난 15개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