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 조수행이 연장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어야 할 상황에서 병살타를 쳐 찬스를 못 살린(기록상으로) 불행한 타자가 되고 말았다. 멘붕에 빠진 조수행은 곧이어 수비에서 미스 플레이로 패배의 주요 원인 제공자까지 됐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두산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홈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간 끝에 2-5로 졌다. 그런데 사실 이 경기는 두산의 연장 11회 3-2 승리로 끝났어야 했다.

두산은 11회말 좋은 찬스를 잡았다. SSG 4번째 투수 장지훈을 상대로 김재호의 중전 안타, 정수빈의 번트안타, 허경민의 보내기 번트, 대타 안재석의 고의4구로 1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선 조수행이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SSG 좌익수 오태곤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숏바운드로 글러브에 담겼다. 3루주자 김재호가 홈을 밟으며 끝내기 상황이 연출됐다.

   
▲ 조수행이 연장 11회말 1사 만루에서 좌익수 앞 끝내기 안타를 쳤지만 주자들의 미스로 병살타 처리가 되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SPOTV 중계화면 캡처


하지만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오태곤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 박성한이 2루와 3루 사이에 있던 주자 정수빈을 태그하고 2루 베이스를 밟았다. 김재호의 홈인은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두산의 아웃카운트 두 개가 올라가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산의 2루주자 정수빈과 1루주자 안민석의 착각으로 인한 주루 실수로 끝내기 안타가 병살타로 둔갑했다.

정수빈과 안민석은 조수행의 타구가 다이렉트로 잡힐 수도 있어 미리 스타트를 끊지 못했다. 그런데 원바운드로 잡혔고, 3루주자 김재호는 홈으로 뛰었다. 김재호가 홈인했으니 경기가 끝난 줄 알고, 끝내기 승리에 도취된 정수빈과 안민석이 다음 베이스로 뛰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주자가 있는 포스아웃 상황에서는 타자가 땅볼(내야든 외야든)을 치고 1루에 먼저 도착하더라도 기존 주자들이 다음 베이스를 밟아야 안타가 인정된다. 결과적으로 두 명의 주자가 한꺼번에 아웃됐으니 조수행의 타구는 좌익수 앞 병살타로 처리되고 두산은 득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음 플레이를 이어간 오태곤과 박성한의 수비가 SSG를 살렸고, 본헤드 주루플레이로 승리를 날린 정수빈과 안민석은 두산을 울렸다. 정수빈과 안민석 둘 중 한 명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다음 베이스로 갔다면 병살은 면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끝내기 안타를 친 기쁨을 누리려던 조수행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머리를 감싸쥐며 주저앉았다. 

끝내기 기회를 날려버린 두산은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12회초 3실점하며 뼈아픈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우익수 수비를 보던 조수행은 12회초 1사 1, 3루에서 크론이 친 플라이 타구를 낙구지점 포착에 애를 먹으며 잡지 못했다. 포구를 하지 못해 안타를 만들어준 것도 문제지만 넥스트 플레이를 뒤늦게 해 크론을 3루까지 보내고 1루주자의 홈인까지 허용했다. 아마 조수행은 두산의 12회말 공격이 남았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끝내기 점수가 난 것으로 착각한 듯했다. 

조수행이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다고 하더라도 SSG는 최소 희생플라이 타점으로 점수를 뽑았을 것이고 승부는 바뀌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최선을 다하지 않은 조수행의 수비 또한 어이가 없었다. 조수행이 앞선 11회말 끝내기 기회를 놓치며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편, SSG 투수 장지훈은 사실상 끝내기 안타를 맞았지만 패전을 면했을 뿐 아니라 12회초 팀이 3점을 뽑아 승리함으로써 승리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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