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정제마진, 배럴당 20달러 수준
석화업계, 제품 수요 부진 속 '고난의 행군'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두바이유·브렌트유·미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등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선에서 형성되는 가운데 2분기에도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실적이 엇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4~5월 정제마진은 배럴당 19.7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과 운송비 및 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국내 업체들은 3.5달러 이상으로 형성되면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월 넷째주(19.8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1배럴의 석유를 정제해서 판매할 때마다 16달러 이상의 이익을 얻은 셈이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름 휴가를 포함한 드라이빙 시즌에 진입한 것도 언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유사들이 휘발유 생산설비를 전환하는 등 경유 공급차질 완화에 대응했으나,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면 양쪽 모두에서 발생한 공급난으로 제품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초 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산유국 연대체(OPEC+)가 7~8월 일일 64만8000배럴의 증산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국제유가는 오히려 올랐다.

올해 순증설되는 글로벌 정제설비가 일일 100만배럴을 상회하는 등 공급 부족이 해소될 수 있지만, 올 하반기 이후 항공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고부가제품인 항공유를 중심으로 실적이 더욱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올 2분기 정유부문에서 조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등 9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사업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나, 고도화설비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000억원 이상 개선된다는 것이다.

에쓰오일도 8000억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시현하는 등 같은 기간 2000억원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유부문이 6500억원 상당의 흑자를 시현하고, 윤활유부문도 원가경쟁력 축소에도 2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에서도 정유부문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규설비 투자를 자제하는 등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석유제품을 대체 가능한 에너지원의 부재로 구조적인 호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대산공장·롯데케미칼 울산공장·금호석유화학 고무공장·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울산공장 전경/사진=각 사 제공

반면, LG화학의 올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8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2000억원 가량 축소될 전망이다. 1분기 급등한 국제유가 및 납사값이 2분기에 반영되면서 스프레드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2분기 594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700억원대로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입되는 원재료값 영향으로 기초소재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어렵고, 여수공장이 대규모 정기보수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약 3500억원)도 가전 수요 감소에 따른 합성고무 실적 둔화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한화솔루션(약 1500억원)의 경우 케미칼부문 실적 감소 및 태양광부문 적자 지속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효성티앤씨·효성화학 및 대한유화 등도 납사값 상승 뿐만 아니라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모노에틸렌글리콜(MEG)를 비롯한 제품의 증설이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석화업계는 제품 수요 부진 및 원가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 봉쇄조치 완화 등으로 석화제품 수요가 '락바텀'을 지나고 있다"면서 "하반기 이후 가성소다 등 석탄·액화천연가스(LNG)값 급등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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