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4일 째 불법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관계 당국이 엄정 대응 방침을 보이고 있다. 실제 고강도 행정 처분이 이어지고 있으나 운송 체계가 꼬여 국내 산업계가 입는 피해의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0일 경찰청은 화물연대가 지난 7일 총파업을 개시한 이래 나흘 간 30명을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경기 남부 15명 △부산 2명 △광주 1명 △울산 4명 △충남 6명 △전남 2명 등이다.
치안 당국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물류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동자는 끝까지 추적해 사법 조치토록 하고, 차량을 이용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운전 면허 정지나 취소 처분까지 내릴 방침이다.
물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불법 행위인 만큼 업무 개시 명령에 불응할 경우 화물 운송 종사 자격을 취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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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화물연대원들이 기아 공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 같이 정부가 강수를 두자 기업들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류 기업 하이트진로 물량의 화물 운송을 담당하는 수양물류는 자사 하도급사인 명미인터내셔널 소속 기사 30여명이 파업에 참가하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의무 불이행'이 그 이유다.
화물연대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며 현재 일정 수준의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 운임제'의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는 등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안전 운임제는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과 동시에 3년 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제도로, 화물차 기사들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함으로써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화주들은 제도 자체가 강제성을 띠는 만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운임이 큰 폭으로 뛰어올라 물류비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 역시 진영에 따라 안전 운임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으나, 현재 여야 간 샅바 싸움 탓에 제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역시 밀리고 있다.
어렵사리 성립이 된다 해도 국민의힘은 파업 철회 촉구를, 더불어민주당은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 후 상시화 및 적용 대상 확대를 당론으로 내걸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해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산업계는 해결 기미가 안 보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에 돌입하자 현대자동차그룹은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어 차량 생산 라인 중 일부가 멈춰서는 사태를 맞았다. 이로 인해 지난 8일 생산 예정이던 6000대 중 1000여대는 만들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 캐리어를 운행할 인력 역시 파업에 동참해 제조가 완료된 차량을 실어나르는 일도 정상 궤도를 이탈했다. 때문에 사무직원들이 번호판도 없는 차량을 출고장까지 직접 이동시키는 실정이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시멘트 재고가 없어 전국 공장의 60% 가량이 개점 휴업 중이고, 다음주면 모든 곳이 가동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수도권 주요 건설 현장에서는 레미콘 타설이 밀려 공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한국무역협회에 접수된 화물연대 파업발 피해 건수는 총 112건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원자재 조달 차질·생산 중단·물류비 증가 등 수입 44건(39.3%), 납품 지연·위약금 발생·선박 선적 차질 등 수출 68건(60.7%)이라는 게 무역협회 측 분석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파업 중단 시점은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고, 된다고 해도 운송 정상화가 언제 이뤄질지도 모른다"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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