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개별행동 시작...북 요구 확약서 주되 임금은 종전대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개성공단 임금 인상 문제를 놓고 남북 당국 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입주기업들의 개별 행동이 시작됐다.

21일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임금 지급 마감일이던 전날(20일) 일부 입주기업들이 ‘임금 인상분에 대해 차후 조처가 있을 때까지 연체료를 지불할 것을 담보한다’는 확약서를 써주고 일단 종전 임금을 지급했다.

기업들이 임금 지급 시한에 맞춰 종전대로 “이번 임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 연체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정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것이다.

게다가 임금 지급 시한 당일 정부는 “북 측이 연체료 지불 담보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단 한 군데 기업에서도 임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으나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에서는 전날 10곳 이상의 기업이 임금을 지급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2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전날 임금을 지급한 기업이 10곳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임금을 지급한 기업은 북 측이 요구하는대로 연제료 지불에 대한 확약서를 썼다”고 말했다.

   
▲ 개성공단

정 회장은 “임금을 지급한 기업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별기업들이 임금을 지불하더라도 즉각 신고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은 대개 임금을 지급하고 1~2개월이 지난 뒤 관리위에 임금대장을 제출하므로 그때 정확한 기업 수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말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 측 입주기업들에 대해 강력한 권고만 해왔을 뿐 정작 상대방인 북 측과는 아무런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이다.

남북 당국 간 협의를 고집하던 정부가 지난 7일 남 측 개성공단관리위를 내세워 북 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협의를 추진하면서 다소 유연성을 발휘하나 싶었지만 양 측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협상은 무산됐다.

이후 관리위와 총국은 18일에도 다시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개성공단 북 측 근로자들의 3월분 임금 지급 시한일이 되도록 속수무책이었다.

임금 지급 시한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일부 기업 대표들은 정부 입장대로 종전 최저임금을 지불하면서 동시에 북 측이 요구한 연체료 확약서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개성공단을 다녀온 기업 대표들 사이에서 “임금 지급 시한이 1주일 연장됐다”는 전언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관리위에서 파악해본 결과 북 측이 ‘검토하겠다’라고만 답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정 회장은 “당초 기업 측에서 북 측에 더 많은 시한 연장을 요청했던 것을 북 측이 ‘1주일만 연장하겠다’고 분명히 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성공단 임금 인상 문제는 지난해 11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노동규정 중 13개 항목을 개정한 뒤 지난 2월 이 중 2개 항을 적용해 3월부터 개성공단 북쪽 노동자 월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북측이 개정한대로 임금을 5.18% 인상할 경우 최저임금은 70.4달러, 평균임금은 141달러로 사회보험료를 포함하면 155.5달러로 오르게 된다.

이번 개성공단 임금 문제가 북한의 일방적인 행동으로 시작됐지만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다음주부터 임금 지급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방침에 따르지 않는 기업에 대해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기업 측의 불만도 불거져 나온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임금 지급 문제로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북한이 잔업 거부나 태업을 하게 되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면서 “북측 요구대로 담보서를 쓰고 임금을 지급했다고 정부에서 실제로 행정적 조치를 할 정당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 측이 진정으로 (임금 지급 기한을) 연장할 의사가 있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할 게 아니라 관리위에 한마디만 하면 끝나는 상황인데 기업협회에 애매모호하게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