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수준 인상폭 제시에 ‘동결’로 대응
가구생계비 책임 vs 기업 지불능력... 날 선 대립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최초 요구안을 올해 대비 18.9% 올린 시간당 1만890원을 제시했지만, 경영계 측에서 동결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24일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에 따르면, 전날 개최된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측은 근로자위원 측의 최초제시안에 대해 전년대비 동결인 9160원을 제시하면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다음 전원회의까지 수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그동안의 최저임금 인상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7.2%(5210원) 인상을 시작으로 2018년 16.4%(7530원) 인상하며 가장 높은 인상 폭을 보인 반면, 2021년은 1.5%(8720)원으로 가장 낮은 인상폭을 보였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꾸준히 주장했으나, 지난해에도 2022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일각에선 이날 노동계가 역대 가장 큰 인상폭인 18.9% 인상을 요구한 것에 대해, ‘이후 이뤄질 협상을 감안해 인상폭이 다소 낮춰지더라도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진입하겠다는 의지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890원 주장의 근거로 △경제위기에 따른 불평등 해소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 △경제민주화 실현 등을 꼽았다.

반면, 고용계는 동결 이유에 대해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기업의 지불능력이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한 지난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41.6%로 물가상승률은 9.7% 대비 4배가 넘는다는 점도 짚었다.

류기정 사용자위원(한국경제인총연합회 전무)은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장이 법적으로 지켜야 할 임금의 하한선인 만큼, 현재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기업 지불능력 측면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은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라며 “이같은 인상 요구는 이들에게 문 닫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물가가 심각할 정도로 가파르게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이에 더 영향을 받는 경제 취약계층 보호에 나서야 한다”며 “미국, 영국 등 다수의 국가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위원은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결정기준에 있어서 ‘지불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류 위원은 “노동계가 요구 근거로 든 가구생계비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어느 국가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며 “최저임금으로 가구생계비까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고 강하게 날을 세웠다.

현재 노사간 최초제시안의 차이는 1730원이다.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가 제시한 최초 요구안의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법정 기한은 이달 29일까지로 다음 전원회의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소상공인은 누리글을 통해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사실상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은지 오래”라면서 “최근 대부분의 원자재 공급가격이 오르면서 경영에 압박이 오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큰 비용 압박은 다름 아닌 ‘인건비’”라고 토로했다.

한편 제7차 전원회의는 오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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