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사 갈등…"대폭 인상" vs "부담 크다"
대체근로 허용 등 사측 방어권 없어 노조에 끌려다녀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며 기업들의 임금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경영 악화와 고용 축소 등 부작용을 우려한다. 여기에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은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물가인상을 우려해 임금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3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29일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5%(460원)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의결했다.

노사 간의 첨예한 의견 충돌로 절충점을 찾지 못하자 공익위원들이 단일안을 내고 결국 표결 처리했다. 최저임금 심의가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8년만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단체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민 경제에 대한 부작용 완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여파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중고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또 "최근 5년간 물가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 한계에 이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법에 예시된 결정요인, 최근의 복합경제위기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이번 5.0%의 인상률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의 논평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뛰어넘는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소속 근로자의 일자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용안정 대책도 보완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입장문에서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고용축소의 고통은 중소기업과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중소기업이 처한 경영상황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수준을 주장한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향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보도자료를 통해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이며, 5.0%의 인상률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임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낸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과 함께 노동계의 임금 인상 요구까지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힘의 균형'이 바로잡히지 않는 한 파업을 앞세운 노조의 임금 인상 압박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최근 대기업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사측에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인상 16만5200원 인상과 순이익 30%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안으로 내놨다.

기본급 인상률은 7.3%에 달한다.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은 매년 임단협 요구안에 관례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이라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해도 통상 임단협 타결 때마다 수 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 일시금으로 지급돼 왔다. 

지난해의 경우 임단협 타결과 함께 경영성과급 200%+350만원, 품질 향상 격려금 2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10만원,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100만원 상당 자사주(5주) 등이 지급됐고 올해 추가로 지급된 특별격려금 400만원까지 포함하면 인당 2000만원을 넘어선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인 기아는 매년 현대차와 사실상 동일한 금액에 교섭을 타결해 왔다. 두 회사 모두 큰 폭의 임금인상 요구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 노조 등 4개 노조에 소속된 직원이 도합 4500명 가량으로 전체 임직원 11만3000여명의 4% 수준이지만, 이들과의 교섭이 뜨거운 감자다.

올해 노사협의회(비노조)를 통해 9% 임금 인상에 합의했지만 노조와는 올해 교섭을 시작도 못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임금 인상분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연봉에 1000만원을 일괄 인상하고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그 금액부터 올려주고 올해 교섭을 시작하자는 주장이다.

기업들은 매년 임단협 교섭이 큰 고비다. 원자재가 상승과 공급망 교란, 경제성장률 부진 등 각종 경영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정부의 요구대로 임금인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노조로 기울어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는 한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가 대기업에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한 28일 현대차 노조는 쟁의발생을 결의하며 파업권 확보를 위한 사전절차에 들어갔다. 

임단협 시즌마다 몇 차례 교섭 후 결렬을 선언한 뒤 쟁의발생 결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쟁의조정 신청, 파업 찬반투표 등을 진행하는 게 관례로 굳어져 왔다. 

중노위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내고, 찬반투표에서 쟁의안이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손실은 더 커지고 사측은 대체근로 허용 등의 방어권 없이 노조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법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면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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