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갑질'
국어사전은 이를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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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규빈 기자 |
항공업계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은 '절대 갑'으로 통한다. 이곳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에 대해 입법·사법·행정 3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무소불위의 조직이다. 때문에 국토부가 한마디 하면 각 항공사들과 공항공사 등은 넙죽 엎드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이자 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공정'과 '소통', 그리고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다. 하지만 국토부 항공정책실은 그 어느 것 하나 충실히 따르고 있지 않다.
항공안전정책과는 항공 종사자의 전문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한국공항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로 하여금 60억원씩 120억원을 출자하도록 했고, 각 사 노동조합과 항공학계의 반발을 산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코로나19로 공항시설사용료 일체를 징수하지 못하도록 한 정부 방침으로 인해 2021년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의 적자 규모는 각각 2740억원, 93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판에 거액을 내놓으라는데 어느 누가 쉽게 수긍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기어코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내 한국항공아카데미(KAA) 설립을 강행했고, 이미 사무지원단장과 양대 공항공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항공안전정책과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27년부터 2028년까지는 국내외 공동 학위 과정도 설치하고, 이후 '항공대학원대학교'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항공 전문가 양성 등 교육 과정을 담당하는 대학들은 존립 이유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KAA 설립 자문단에 참여하려던 한국항공대학교를 배제해 학계와의 소통 창구를 차단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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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221호 한국항공아카데미 현판./사진=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
이 뿐만이 아니다. 항공정책과는 '항공산업발전조합(항공조합)'을 연내로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가 대략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경제 위기 또는 감염병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어 5000억~1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조직을 만들되, 가입은 자유 의사에 맡긴다는 게 국토부 공식 입장이다.
국토부가 이 같은 계획을 밝히자 각 항공사·공항공사 대관팀은 표면적으로는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국토부가 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항공조합 가입을 강제 내지는 종용한다며 반발 기류가 강한 게 현실이다.
항공조합 운영위원회는 최소 11인부터 최대 15인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이 중 국토부 장관 추천 인사는 5~7명이다. 정작 이 사업의 총 책임자인 국토부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는 김용석 항공정책실장이 "정부 지분 100%인 공항공사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책임은 떠넘기되, 권한만 갖고싶어하는 전형적인 공무원 조직의 모습이다.
특히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지만 대놓고 반대할 수가 없다. 아니, 거역할 수 없는 이유는 국토부가 운수권·슬롯 배분권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불이익을 줄까봐서다. 이처럼 항공조합을 두고서도 물밑에서는 치열한 눈치 싸움과 자율 가입 진실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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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이 2021년 8월 생산한 대외비 문서 '항공산업 발전조합 설립방안(안)' 중 일부./자료=업계 제공 |
국토부는 두 조직이 항공사업법상 법인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라 공공 부문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항공아카데미나 항공조합 모두 양대 공항공사 호주머니를 털어 만드는 만큼 공공 조직이 아니라고 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세금이 들어간다. 따라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밀실 행정이 있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건 정부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윤 대통령 방침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이 계획들을 포함, 항공정책실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항공 마피아를 척결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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