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 감쪽같이 사라진 아이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쏟아지던 2003년 10월 10일. 엄마 박혜숙 씨에겐 느닷없는 비극이 찾아왔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려오는 그날의 사건은 두 살배기 아들 영광이의 실종. 어린이집에 등원한 지 5일째 되던 그날, 영광이는 부산의 한 사찰로 소풍을 갔다. 12명의 어린이집 아이들, 그리고 3명의 선생님도 함께한 소풍이었다.
점심을 먹을 때까지도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는 영광이. 그런데 아이는 그날 오후, 말 그대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악몽이 되어버린 소풍날, 영광이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19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엄마 혜숙 씨는 아직 영광이를 찾고 있다.
"3시면 어김없이 오는 노란 봉고가 늦어지기에 대문도 열어놓고 아이들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전화벨이 울렸어요. '어머님, 좀 와보셔야겠습니다. 영광이를 잃어버렸는데 못 찾고 있습니다…' 택시를 타고 소풍 장소로 달려가는 내내 심장이 쿵쾅거려 견딜 수가 없었어요." - 모영광 어머니 박혜숙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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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
▲ 첩첩산중의 밀실인 사찰과 외길 미스터리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놀이공원이나 시장도 아니고, 길을 잃을 만한 도심 한복판도 아닌, 밀실 구조 같은 산속의 사찰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어떻게 26개월 된 아이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실종 신고 이후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펼쳤다. 사찰 내부 및 주변은 물론 사찰이 위치한 산 전체를 군부대까지 출동해 수색했다. 아이가 사찰 주변의 산속으로 무심코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을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일간 이어진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영광이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실, 사찰로 통하는 등산로 주변에는 철조망도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길을 일탈해 무작정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은 낮았던 상황. 그렇다면 영광이는 사람들이 오가는 산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갔던 것일까.
그런데, 사찰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등산로에서 아이를 봤다는 목격자는 없었다. 사찰을 우연히 벗어나 어딘가로 이동하다 길을 잃은 단순 미아 사건이 아니라면, 영광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전문가들과 함께 지리적, 심리적 요인을 고려해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어떤 상황이 가능했을지 여러 가설들을 분석해봤다.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그때 수색에 동원된 인력만 하더라도 꽤 되거든요. 그 주변 일대를 샅샅이 수색을 했는데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 당시 실종수사팀 관계자 -
▲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불상… 그리고 납치의 가능성
만일, 사찰을 벗어나 길을 잃은 단순 미아 사건이 아니었다면, 남아있는 가능성은 무엇일까. 가족들은 누군가에 의한 납치를 의심했다. 가족들이 이런 의심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소풍을 갔던 그 절이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유명했던 사찰이기 때문이었다. 정성들여 기도하면 아이를 못 갖던 사람들도 아이가 생기게 해주는 불상과 스님의 신력이 있다고 소문났던 절. 마침, 영광이가 소풍을 갔던 날에도 신자들이 모여 불공을 올리는 행사가 있었다는데…
과연, 아이를 원하던 그 누군가가 26개월 영광이를 납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만일 정말 유아 납치를 한 것이라면 계획적이었던 걸까, 우발적이었던 걸까. 도대체 누가, 왜 영광이를 납치한 것일까. 당시, 소풍을 함께 갔던 어린이집 아이들, 선생님들은 납치의 가능성을 어떻게 생각할까. 실종 당일,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기억을 통해 모영광 군 실종의 단서를 추적해본다.
"신도들이 와서 불공드리고 하는 행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처음에 봤을 때, 여기를 왜 소풍 장소로 선택했을까부터 시작해서, 수만 가지 의심이 다 들었죠." - 당시 실종수사팀 관계자 -
▲ 나를 찾아줘 – AI 기술로 만난 21살 모영광
실종 당시뿐 아니라, 그 후로도 계속된 수사. 이후 19년 동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영광이가 사망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살아서 성장했다면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을 모영광 군. 엄마 혜숙 씨는 성인이 된 아들 영광이가 스스로를 찾아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기억도, 본인의 진짜 이름도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높은 영광이. 과연, 21살의 청년 중 누군가가 자신이 '모영광'이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제작진은 KIST 김익재 소장의 도움을 받아, 모영광 군의 현재 모습을 재현해냈다. 영광이의 어릴적 사진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나이 변환 기술'을 적용해 21살의 영광이를 구현한 것.
과연, 영광이는 어떤 모습의 청년이 되었을까. 여기에 어릴 적 녹음된 영광이의 목소리를 이용해 성인이 된 영광이의 목소리도 추정해보았다. 이 보이스 클로닝 기술은 한양대 장준혁 교수가 함께했다. 서울과 부산 곳곳에 공개된 성인 모영광 군의 모습. 과연, 영광이는 자신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동명 : 모영광
생년월일 : 2001년 8월 23일
발생일 : 2003년 10월 10일 1시 30분경
발생장소 : 부산 해운대 장산 성불사
특징 : 눈썹이 짙으며 피부가 가무잡잡함
오늘(16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003년 10월 10일 발생한 모영광 군 실종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2022년 지금의 최첨단 과학기술로 재탄생한 단서들을 통해 모영광 군을 다시 찾아본다. 과연 성인이 되었을 모영광 군은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을까.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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