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국장책임제를 놓고 시끄럽다.
지난 14일 MBC 사측이 노조에 국장책임제가 포함된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줄곧 "국장책임제 폐지와 본부장책임제 신설을 골자로 한 단체협약 개정안에 대해 노조 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단체협약을 해지"한다고 밝히며 "사측은 그동안 성실협상의 원칙에 따라 단체협약 개정을 놓고 노조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노조측이 경영진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을 고수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자 MBC노조는 일요일인 16일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이근행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 십여명이 삭발하고 무기한 항의 농성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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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 |
또한 17일 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조정 결과는 늦어도 30일 내에 나올 전망이다. 노사 중 한 쪽이라도 노동위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조는 파업 등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다.
국장책임제를 두고 노사 양측의 견해는 첨예하다.
사측은 현행 단협의 국장책임제 아래서는 국장에 과도한 힘이 쏠리는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본부장이 본부별 업무를 관장하며 총괄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새로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특히 “국장책임제 아래서 국장은 노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국장이 ‘노조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가지려면 본부장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언론계 관계자도 사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동의하였다. 그는 본부장은 별정직 성격으로 인사권을 전적으로 사장이 행사하지만 국장은 정직원으로 노조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국장책임제는 사측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일부 침해하는 소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방송사중 국장평가제를 시행하는곳은 MBC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일각에서는 국장책임제는 MBC노조의 힘이 타사에 비해 더 세다는 반증이라고 보기도 한다. 또주인이 뚜렷하지 않은 회사에서노조가 주인 행세를 한다고 하여 MBC를 공영방송이 아니고 노영방송이라는 비판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본부장이 본부별 업무를 관장하고 총괄 책임을 진다는 건 모든 사안을 다 주도하고, 방송에 조금이라도 민감한 내용이 다뤄지면 언제든 마음대로 간섭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며, 이는 국장 책임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발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과거, 군사 독재 시절 MBC뉴스는 이른바 ‘땡전뉴스’를 내보냈다. 민주화가 된 1987년 이후에도 방송과 관련한 경영진의 간섭은 계속됐다. 결국 MBC는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경영진의 간섭으로부터 편성과 보도 제작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1998년 본부장의 권한을 국장에게 대폭 이양하는 것을 뼈대로 한 국장책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행되어 공개된 국민투표에 의해 권력이 선출되는 현 시점에도 국장책임제가 지속되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MBC 단체협약 제3장 제21조 3항은 “편성 보도 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실장에게 있으며, 각 사의 경영진은 편성 보도 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실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작년 8월PD수첩 4대강편이 불방될 때 사측의 사전시사요구와 노조의 국장책임제 주장이 대립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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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
MBC 이진숙 대변인은 “국장책임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조항에서)각 국장은 실무책임을, 본부장은 총괄책임을 지게 되어있는데 이렇게 되면 이중책임의 문제가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간 10차례의 회의가 진행되면서 사측이 주장한 ‘본부장 총괄책임제-1년 뒤 중간평가 조항’을 신설하자는 의견으로 노조측 실무진과 사측 실무진은 본부장책임제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본부장책임제를 해놓고 단협에서는 본부장책임제, 임단협에서는 국장책임제로 충돌되는 조항이니 실무선에선 빼는 것으로 합의 됐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러한 문제를 노조측에서는 갑자기 사측이 강제적으로 삭제하라고 한 것처럼 이야기해 마치 협상이 결렬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