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정부가 10년 만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를 검토하면서, 유통업계와 중소상공인 등 각계 이해당사자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이 즉각 피해를 볼 것이라며 규제 폐지를 반대하는 가운데 또 다른 약자인 중소 납품 농민들의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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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축산매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이마트 제공 |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산물 산지유통조직의 납품량이 줄어들고, 대형마트 휴무일 전후로 농산물 시장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업 부문에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대형마트 휴무제에 따른 농업분야 파급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 중 1차 상품(농·축·수산물) 비중은 2014년 기준 약 23% 수준이다.
국내 상위 대형마트 중 A사의 경우 농산물 매입 금액이 영업규제가 의무화된 2013년에 2012년보다 8.9%, 2014년에는 2013년 대비 4.1%가 줄어들었다. 다른 B, C사의 경우도 A사와 유사한 패턴의 매출 감소가 나타났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2012년 처음 도입됐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매달 이틀 의무적으로 문을 닫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규제 시행 뒤,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이나 소상공 업체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각종 기관의 통계 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의무 휴일에 구매 자체를 하지 않고 소비를 줄이는 일종의 ‘소비증발’ 현상이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다시 조사한 소비자(가구)들의 농식품 구매패턴을 보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비중이 크게 늘었다. 오프라인 유통, 그중에서도 상점·노점 채널 이용률은 감소했다.
이에 대형마트 업체들은 규제의 실효성이 없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이번에 대통령실에서 접수한 국민제안 1만3000여 건 가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이 57만7415표로 1위를 차지한 것이 실제 소비자들이 심리를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대형마트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의무휴업 존속을 뒷받침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유통 판도가 뒤집힌 상황에서, 국민 의견 수렴에 따라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규제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각계에서 인지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우선은 묵묵히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한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들었다. 오는 18일까지는 규제정보포털에서 토론을 열어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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