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금리 인상 부담에 주택 청약 고민
'10억 차익' 로또 분양 단지에는 수천명 몰려
9일 발표 정부 공급 대책 관심…"내용 지켜봐야"
[미디어펜=김준희 기자]계속되는 금리 인상에 매매와 분양시장 모두 침체를 거듭하는 분위기다. 다만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곳에는 여전히 수요가 몰리는 ‘이중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오는 9일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이목이 집중된다.

   
▲ 금리 인상 영향에 매매와 분양시장 모두 침체기를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8일 직방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아파트 청약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988명 중 39.1%가 현재 가장 걱정되는 점으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금리 인상 부담에 청약을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연령별로는 40대 이상(40.4%), 가구 유형별로는 2~3인 가구(38.4%)와 4인 이상 가구(41.0%)가 이러한 고민이 가장 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청약 당첨자 미계약 물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지난해 상반기 1396가구에서 올해 상반기 2788가구로 증가했다.

매매시장도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서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07%로 지난 5월 30일 이후 10주 연속 하락했다.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주 84.6으로 5월 2일 이후 1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일자 기준)는 18만4134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2020년 상반기 45만2123건과 비교해 3분의 1가량 줄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연구팀, 동향분석팀, 전망모형팀 등이 발표한 ‘주택시장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금리 인상만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을 때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0%포인트 오를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전국 주택가격이 1차 연도 말 0.25~0.35%, 2차 연도 말에 0.65~1.40%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2년이 지나면 집값이 최대 1.40%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이후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이 2019년을 제외하고 지속해서 5%를 상회하는 점 등도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순히 금리 인상만이 아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게 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일과 5일 진행된 위례포레자이, 과천자이 무순위 청약 결과를 보면 각각 1가구 모집에 4030명, 10가구 모집에 7579명이 몰려 경쟁률 4030대 1, 757.9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들은 최근 시세로 추정했을 때 10억원가량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즉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는 수요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투자심리는 아직 살아있지만 집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정책이 아닌 상승과 하락 양 쪽을 대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소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상승장의 눈높이에 맞춰진 부동산 정책을 하락장으로 눈높이 전환을 하면서 필요한 규제는 유지하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서 침체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9일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영향으로 전반적인 거래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시장 분위기 변화 여부는 정부의 대규모 공급계획 내용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대책 발표에서 강조하고 있는 정상화 계획들이 실제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