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였던 내츄럴엔도텍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이엽우피소 성분 검출발표로 벼랑 끝으로 몰렸다. 당분간의 주가의 하락세는 피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30일 장에서도 내츄럴엔도텍은 하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한국소비자원이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7거래일 동안 자사주매입을 발표한 28일을 제외하고 6거래일은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식약청의 발표가 나온 30일은 매도물량이 몰리면서 하한가인 3만4100원에만 매도잔량이 455만주 이상 쌓여있어 추가하락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더욱 투자자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내츄럴엔도텍의 상폐 여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상폐에 대한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먼저 불공정거래로 인한 상폐 가능성이다. 금융위원회는 30일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을 주축으로 금융감독원 특별조사팀,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와 함께 내츄럴엔도텍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내츄럴엔도텍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했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도 식약처에 발표에 따라 임직원의 불공정 주식거래 내역 전수조사에 다시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철환 내츄럴엔도텍 영업본부장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7억여원 규모의 자사주 1만주를 장내매도했다. 3월 26일은 한국소비자원이 경기도 이천 내츄럴엔도텍 공장에서 원료를 거둬들여 간 날이다.
이권택·권순창 연구소장과 김태천 생산본부장은 22~24일 보유주식 2만5500주를 팔아 약 22억원 규모 차익을 남겼다. 내츄럴엔도텍은 회사 직원들의 기숙사 구입 등 복지를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지난 8일 내츄럴엔도텍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회사의 소명을 듣기 위해 시험 결과를 처음 공개했기 때문에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내츄럴엔도텍은 지난 14일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하루 전체 거래량의 23.6%에 해당하는 8만6336주가 공매도 물량으로 나오기도 했다. 다만 불공정거래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폐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가 내츄럴엔도텍에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이면서 문제는 조금 커지게 됐다. 거래소 규정상 주된 영업생산 및 판매가 6개월 이상 중단된다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를 이용해 제품을 제조한 내츄럴엔도텍에 관계 법령에 따라 문제가 있는 제품을 회수·폐기하고 2개월 행정처분 조치를 내릴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충연 거래소 기업심사팀장은 “현재 내츄럴엔도텍이 형식적인 상폐요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실질심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츄럴엔도텍은 지난해 말 기준 '백수오 여성호르몬치료제'의 매출 비중이 75%,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의 매출 비중이 8.32%로 실질적으로 백수오에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있어 이번 타격으로 영업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업정지를 벗어나더라도 실제로 생산에 나서지 못하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짜 백수오로 영업에는 큰 타격을 받겠지만 영업정지 2개월로는 상폐까지 갈 수는 없다”며 “회사 측이 영업이 되던 안 되던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자본잠식에 빠지는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상폐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