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2022, 배터리·광물 원산지 비중 따져 보조금 지급 차등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신조·중고 전기차 구입 시 보조금 지급을 규정한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이 효력을 갖게 되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예상 외로 세부 규제안이 많아 관련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 미국 오하이오주 내 얼티엄셀즈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향후 10년 간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3690억 달러(한화 약 483조579억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2022, 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이 최근 미 하원에서 가결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효력을 갖게 된다.

이 법안은 2032년까지 중위·저소득 계층의 시민이 신조 내지는 중고 전기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4000~7500달러 규모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함을 규정한다. 이 같은 인센티브 지급 대상은 자동차 일정 부분이 북미에서 제조됐을 경우에만 한정한다. 따라서 현지에서 생산을 준비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이점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IRA 2022는 미국의 적성국에서 나온 광물로 만든 배터리도 세제 혜택 제공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해 K-배터리 업계는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IRA 2022는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 됐거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한 광물에 한해서만 최대 지원금의 50% 수준인 3750달러를 지급토록 했다.

2027년까지는 이 비중을 80%로 제고해야 한다.

또한 △양·음극재 △솔벤트 △첨가제 △전해질 등 주요 배터리 부품의 경우 북미 역 내에서 제조·조립돼야 절반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023년에는 50%까지, 2024~2025년 60%, 2026년 70%, 2027년 80%, 2028년 90%, 2029년부터는 100%까지 미국 내 제조 비중을 높여야 함을 의무화했다.

이는 중국의 배터리 굴기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20년 기준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의 중국산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는 양극재 57.8%, 음극재 66.4%, 분리막 54.6%, 전해액 71.7% 등의 수치로 나타난다. 이 외에도 흑연 생산 82%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 1위 중국 CATL은 이 법안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등이 CATL의 제품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CATL이 북미 지역에 배터리 생산 기지를 구축할 경우 IRA 2022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자국산 광물 비중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편 K-배터리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유지하려면 당장 내년부터 중국산 광물과 부품 비중을 대폭 줄여야 한다.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중국 이차전지 기술개발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중국 음극재·양극재·전해질·분리막 시장 점유율은 1위를 달리고 있고, 이 중에는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이 주요 고객으로 분류돼 있다.

최익환 라이스타드 에너지 배터리 소재 연구원은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한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93%로 너무 높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말 벌어졌던 요소수 사태를 교훈 삼아 수입 다변화를 도모하는 게 최대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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